“AI토피아에 번지는 인간의 경계”…이인아·궤도, 창조성 흔들림→정체성 위기 고조
아련한 의문이 머무는 스튜디오, ‘AI토피아’의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이인아가 품은 과거의 기억, 궤도가 꺼내는 현재의 물음이 교차하면서 기계와 인간의 경계는 일순 흐려졌다. 단순한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 뇌와 정체성의 미래를 환기하는 순간들이 조용히 펼쳐졌다.
이번 에피소드는 의도치 않은 편안함과 섬세한 긴장감이 동시에 흐르는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과거 우리가 외웠던 전화번호들의 풍경을 되짚으며, 기억의 위탁 과정, 더 나아가 AI에 깊게 기대는 인간의 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느리게 짚었다. 그는 “한 번 외부에 위탁한 기억은 다시 돌릴 수 없다”라고 조용히 경고했다. 삶 전체를 밀고 들어오는 AI의 영향에 관한 이인아의 통찰은, 사소한 기억의 틈에서 느끼는 인간 정체성의 균열을 세심하게 드러냈다.

AI와의 대화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과 유사해질 수 있으나, 감정 없는 기계 앞에서 제대로 된 공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이인아는, 지나친 신뢰가 우리 사회적 뇌에 드리우는 그늘을 숨기지 않았다. 궤도는 “AI가 쓴 글이 더 완벽하면 인간성은 사라지는 것 아닐까”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며, 창작의 본질과 ‘나’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시청자에게 전했다.
이에 대해 이인아는 인간 뇌의 창조성은 AI와 비교 불가임을 명확히 강조하며, 창작이 가져다주는 기쁨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본질임을 다시 알렸다. 그는 “AI에 맡긴 삶이 길어질수록, 결국 내 글의 주체성마저 잃고 창작의 즐거움도 옅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내내 오가는 대화에서는 인간의 뇌가 여전히 발전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기계적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녹아들었다.
‘AI토피아’는 단순히 AI 기술의 현황을 짚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잊고 살아온 고유의 특별함—정체성, 창의성, 교감—에 대한 갈증을 다시 빚어낸다. 이인아와 궤도가 건네는 질문들은 시청자에게,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인간다움의 좌표를 잊지 말아야 함을 조심스럽게 상기시킨다.
새로운 시대의 길목에서, 인간과 AI가 나란히 서 있을 때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되는 여정. ‘AI토피아’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0시 KBS LIFE와 UHD Dream TV 채널에서 시청자와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