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유채색 돌풍”…현대차·기아, 글로벌 흐름 거스르다→완성차 시장 색의 향연
흰색, 회색, 검정 위주로 도로를 수놓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한국의 거리에는 색채의 개성이 물결치고 있다. 무채색 벗어난 유채색 차량이 점점 많아지며 도시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24년, 한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24%가 유채색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세계 자동차 시장 추이는 사뭇 달랐다. 글로벌 평균 유채색 차량 비율은 24%에서 16%로 8%포인트나 떨어졌다. 북미,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 모두 유채색 선호도가 꾸준히 줄어드는 와중에, 한국만이 색의 다양성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무채색이 여전히 대세임에도, 한국은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등 다채로운 색감이 표출되는 나라로 변모했다. 2024년 기준 가장 인기 많은 색상은 흰색(33%), 회색(26%), 검정(14%) 순이며, 무채색 내에서는 은색의 존재감이 10년새 현저히 줄었다. 대조적으로 파란색(10%), 빨간색(5%), 초록색(4%)이 소비자들의 ‘취향’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완성차 기업마다 색채 혁신 경연장이 펼쳐지는 가운데, 현대차는 전기 SUV ‘아이오닉9’에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 같은 독특함을 입혔고, 대표 세단 ‘그랜저’에도 한국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생동감 있는 색상을 도입했다.
기아는 최초의 픽업 ‘타스만’에 데님 블루·탠 베이지 계열을 추가하며 한층 트렌디하게 변신했다. EV4와 더 뉴 EV6도 마그마 레드, 아이보리 매트 실버, 울프 그레이, 요트 매트 블루 등 새로운 외장 색상 이름만큼이나 신선한 인상을 선사했다. 제네시스는 36종에 달하는 신규 외장을 내놓으며, 특히 북극과 왜소행성 등 자연 현상에 착안한 톤으로 세련된 감각을 더했다.
국내 유채색 선호 상승은 완성차 기업의 독창적인 색상 개발, 적극적인 마케팅, 그리고 소비자들의 개성 추구와 가치관 변화가 맞물려 탄생한 흐름으로 해석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색상은 브랜드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언어”라는 말로 최근 트렌드의 깊이를 시사했다.
한국 덧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색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국내 소비 트렌드는 세계의 흐름과는 달리, 앞으로도 신차별·브랜드별로 더욱 다양한 색채 경쟁이 계속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색을 통한 자아표현의 자유가 한국 자동차 문화에 뿌리내리며, 세계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