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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중학교 교사 교내 창고서 비극”…민원 부담 속 숨진 채 발견→교권 보호 해법 남겨
사회

“제주시 중학교 교사 교내 창고서 비극”…민원 부담 속 숨진 채 발견→교권 보호 해법 남겨

강태호 기자
입력

제주시의 한 중학교 캠퍼스 안, 어둠이 하늘을 누르던 새벽. 학교 본관 뒤편 창고에서 4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 실종 신고 이후 학생과 동료 교사, 경찰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교내를 수색하던 끝에 마주한 침묵의 현장이었다. A씨 곁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도 발견됐다. 이제 교육계와 수사 당국은 차가운 현실 앞에 서 있다.

 

수사가 시작되자, 교사의 씻을 수 없는 고통의 흔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A씨는 최근 자신이 지도하던 학생의 가족으로부터 반복적인 항의 전화를 받았다. “아이에게 폭언을 했다”거나 “우리 아이가 교사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식의 연락은, 이제 심리적 위협이 되고 있었다. 주변엔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이야기가 또렷이 남았다. 교사가 감내하기엔 온전히 구조화되지 않은 민원 시스템이, 급기야 참담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학생 가족 민원에 시달렸다”…제주 중학교 교사 교내 창고서 숨진 채 발견→경찰·교육청 조사 착수 / 연합뉴스
“학생 가족 민원에 시달렸다”…제주 중학교 교사 교내 창고서 숨진 채 발견→경찰·교육청 조사 착수 / 연합뉴스

경찰과 제주도교육청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과 동료 교사, 가족을 차례로 조사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정서적 지원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이미 한 사람의 삶이 꺼진 뒤의 조치라는 점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교육청은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이 충분히 제도적으로 조정되지 못할 때, 한 인간과 교육 현장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공식적으로는 학생·학부모 민원은 교장 등 관리자를 통해 일원화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낮지 않았다. 예민한 사안일수록 학부모들은 교사 개인의 연락처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개인의 휴대전화로 민원이 집중될 경우, 교사의 일상은 24시간 불안과 압박에 내몰릴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학부모 민원 응대 과정에서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그리고 이를 감당해야만 하는 이들 개인의 고통은 사회적 부채로 남는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민원 창구 일원화 규정이 있어도 실제 현실은 다르다”는 반성과 함께, 시스템의 근본적 손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학교 측 교장은 “상황 파악조차 할 겨를이 없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과 구성원에게서 사건의 내막을 청취하고, 사망 이유를 명확히 밝히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부검 시행 여부 역시 신중히 논의될 예정이다.

 

교직사회 곳곳에서 보내온 애도의 울림이 번지고 있다. 교사의 역할, 보호 장치의 한계, 교육 환경의 민감함이 동시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한 개인의 고통이 사회와 제도가 외면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의 각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찰과 교육청은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또, 이번과 유사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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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제주도교육청#학생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