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만 대기시간 77% 폭등”…글로벌 물류비 상승 압박→관세 불확실성에 불안 여전
유럽 해안에 길게 늘어선 거대 선박의 그림자처럼, 국제 물류의 긴장감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항만 크레인 너머로 뻗은 회색 구름은, 3월 말 이후 77%나 폭증한 독일 브레머하펜 선석 대기 시간을 상징한다. 항구를 메운 컨테이너와 이따금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속에서, 숨 막히는 대기와 긴 불확실성이 전 세계 공급망을 견고히 조여온다.
독일 브레머하펜 뿐 아니라 앤트워프, 함부르크, 로테르담, 펠릭스토우 등 유럽 주요 항만도 혼잡의 도가니에 빠졌다. 영국 해운컨설팅업체 드루리의 최근 보고서는, 브레머하펜의 선적 대기 시간이 전월보다 77%, 앤트워프 37%, 함부르크 49%나 치솟았음을 알린다. 노동력 부족과 파도처럼 낮아진 라인강의 수위, 그리고 미·중 관세 유예 만료를 앞둔 긴장감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바지선이 미처 출항하지 못한 채 컨테이너가 갑갑히 항만에 머무르고, 내륙 운송마저 혼선을 빚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8월 14일로 다가온 미·중 고율 관세 유예 종료는 해운업계 전반에 조기 출항 움직임을 촉발시켰다. 중국 선전, 미국 LA, 뉴욕 등 주요 항만에서 입항 대기 선박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해운과 물류업계는 그 여파로 전체 운송 기간의 연장, 재고 계획 혼란, 복합 발주 불안이라는 세 겹의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의 롤프 하벤 얀센 CEO는 “항만 혼잡이 최소 6주, 길게는 8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불확실성은 거래량의 패턴조차 뒤흔든다. 미중 관세 유예 첫 주에는 중국발 미주 노선 컨테이너 예약이 229만 TEU까지 치솟았으나, 곧 137만 TEU로 주저앉았다. 이는 무역정책의 불안정성과 관세 정책의 무게가 얼마나 크고 무겁게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연합에 50% 관세 가능성을 내비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경우 유럽의 대미 수출이 절반 이하로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또한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국가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 전망한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 기업 모두 관세 인하 신호를 기다리며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30%에 달하는 고관세가 여전히 중국산 수입을 옭아맨다”고 분석한다. 수출입 업계는 긴 이송기간과 주문량의 급격한 변동, 그리고 관세 완화에 대한 기대 사이에서 방향키를 잃고 있다.
결국 글로벌 항만의 경고음은 이제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물류 대란과 관세 불확실성, 그 한가운데 선 항만은, 국제교역의 미로에서 단순히 통계로 환원되지 않는 서사와 긴장을 품고, 여름 끝자락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