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진전 희망”…고이즈미 신지로, 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선언
일본 정계의 권력 구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내달 4일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자민당은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제1당 지위를 유지 중이며, 고이즈미 의원은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과 함께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은 20일 도쿄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정상 차원에서도 셔틀 외교를 계속하고 정상 간 신뢰 관계를 구축해 양국 관계를 한층 더 진전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민당은 야당 간 결집이 쉽지 않은 일본 정치 구조상 총재가 사실상 총리에 선출되는 구도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이즈미 의원의 행보가 일본은 물론, 한반도 정세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매년 논란이 불거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질의도 쏟아졌다. 고이즈미 의원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분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 평화에 대한 맹세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답했으나, 총리 취임 시 참배 여부에 대해서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의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재임 기간(2001~2006) 내내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주변국과 긴장 관계를 빚은 바 있어, 한일관계 긴장 재점화 여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 고이즈미 의원은 “2030년도까지 평균 임금을 100만엔 늘리고, 소득세 기초공제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 외국인 불법취업과 오버투어리즘 등 현안과 연계해 외국인 정책 사령탑 기능 강화를 약속했다. 해고 규제 완화 등 과거 공약에 대한 우려에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 것은 사실이어서 반성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고이즈미 의원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정책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지통신이 12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2천명) 결과, 차기 총리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고이즈미 의원을 꼽은 응답자가 23.8%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경쟁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의원은 21.0%로 두 번째였다.
한편,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간 정책 경쟁,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 민감한 외교·역사 쟁점이 공론화되면서 한일관계는 물론 동아시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 정국은 총재 선거 이후에도 정치적 긴장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