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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퀸 등극”…이동은, 한국여자오픈 첫 우승→상금순위 3위 도약
스포츠

“메이저 퀸 등극”…이동은, 한국여자오픈 첫 우승→상금순위 3위 도약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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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긴장감이 그린을 감쌌다. 환한 미소보다는, 이동은의 얼굴에 오랜 시간 벼려온 결연함과 비장함이 드러났다. 마지막 18번 홀, 떨리는 손끝에서 60㎝의 퍼트가 홀컵을 꿰뚫자 밀려 있던 감정이 서서히 해소됐다. 값진 첫 메이저 우승의 순간, 관중과 동료들의 환호가 청량한 여름의 공기에 퍼져나갔다.

 

제39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는 15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렸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장타여왕’ 이동은이 4라운드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하며, 마침내 생애 첫 정상에 올랐다. 특히 이 대회는 KLPGA 투어 5대 메이저 중 하나로, 대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의 의미가 남다르다.

“메이저 퀸 등극”…이동은, 한국여자오픈 첫 우승→상금순위 3위 도약
“메이저 퀸 등극”…이동은, 한국여자오픈 첫 우승→상금순위 3위 도약

최종일 내내 긴장과 반전이 교차했다. 지난해 신인왕 포인트 2위였던 이동은은 공동 선두로 출발한 뒤, 신예 김시현, 지난 시즌 챔피언 노승희와 뜨거운 접전을 펼쳤다. 초반부터 파 4, 파 5홀에서 돋보인 장타력과 정밀한 아이언 샷은 승부를 가르는 원동력이었다.

 

경기 중반 13번 홀에서의 보기가 잠깐 흔들림을 보였지만, 14번 홀 먼 거리 버디 퍼트로 금세 흐름을 되찾았다. 15번 홀 벙커 위기도 놀라운 정교함으로 극복했고, 16번 홀에선 정확한 칩샷으로 결정적 버디를 기록했다. 마지막 홀까지 이어진 승부욕과 집중력이 결국 값진 골인으로 이어졌다.

 

시상식에서 이동은은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꿈을 이뤘다"며 벅찬 울음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프로골퍼였던 부모의 오랜 바람이 현실이 된 순간에, 현장에서는 진한 박수와 위로가 함께했다. 이동은은 "빠른 우승이라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미국 무대까지 꼭 도전하고 싶다"며 다부진 포부도 전했다.

 

한편, 신인 김시현은 18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끝까지 추격했으나 1타 차로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황유민이 3위, 2연패를 노리던 노승희는 4위에 자리했다. 대상 및 상금 포인트 1위 이예원은 2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최종 우승으로 이동은은 상금 3억원을 추가하며 상금랭킹 3위, 대상 포인트 9위로 점프했다. 뛰어난 드라이버 비거리, 그리고 위기 때마다 빛난 '밤 앤드 가우지' 전략이 이번 우승의 비결로 꼽힌다.

 

다음 대회에서도 이동은을 비롯한 상위권 선수들의 치열한 순위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더해지는 필드 위에는, 또 한 번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그 숨결은 앞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오래 울릴 예정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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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한국여자오픈#kl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