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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질문 하시라”…이재명 대통령, 100일 회견서 152분간 소통 ‘파격 행보’
정치

“좀 더 질문 하시라”…이재명 대통령, 100일 회견서 152분간 소통 ‘파격 행보’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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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소통 방식을 두고 대통령실과 언론이 정면으로 마주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152분간 22건의 질문에 답하며 강도 높은 소통 행보를 보였다. 회견 시간과 질문 방식의 파격적인 변화가 정치권에 새 흐름을 예고하는 가운데, 각 언론 매체에 골고루 질문권을 배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시작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의 밝은 표정과 깊은 인사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임명식 때와 마찬가지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상징의 흰색 넥타이를 맸다. 회견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2분간 국정 성과 요약 영상을 시청한 뒤 본격적으로 문답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미리 짜인 질문 순서를 배제하고, 분야별 필수 질문을 무작위로 뽑아 답변하는 등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명함 추첨, 직접 지목이 번갈아 시행됐고, 비영리 독립언론과 유튜브 기반 매체, 지역 언론 등 다양한 채널이 질문 기회를 얻었다. 워싱턴포스트, 아사히신문, 경상일보, 고발뉴스 등 외신과 국내외 언론 152개사 기자가 참석해 질문 분포의 균형이 돋보였다.

 

초반 회견에서는 부동산 대책과 남북관계 구상이 집중 논의됐고, 이재명 대통령은 각 현안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정해진 90분을 넘기면서도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최대한 질문을 받겠다”며 사회자의 만류에도 회견을 계속했다. 그는 “여러분이 괜찮으면 좀 더 하시라”, “꼭 해야 하겠다는 분은 하시라” 등으로 질문을 독려했다. 마무리 발언을 생략하고 질문 시간을 끝까지 늘려 언론과의 쌍방향 소통에 무게를 뒀다.

 

질의 순서에선 민생·경제 5건, 정치·외교·안보 6건, 사회·문화·기타 11건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 최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 편중 논란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 배분 방식을 대폭 개선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외신과 유튜브, 독립 언론 등도 질문대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회견 말미 “저의 입장을 말씀드릴 기회로 삼는 자리였다”고 밝히며, “여러분 질문에 기대서 말씀을 드려 말이 길어진 것에 너무 고까워하지 않으시길 바란다”고 웃음 섞인 인사를 전했다. 또 한미회담 동행 취재진이 힘이 됐다면서, 언론사 부담 경감을 위한 순방 동행 비용 조정도 지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참석 기자들에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의 핀 버튼을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끝까지 기자들과 악수하며 소통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대통령의 소통 확대가 국정신뢰 회복과 국회·언론 관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통령실도 향후 정례 회견 확대 등 언론과의 지속적 소통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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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기자회견#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