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잔고 10조 원 돌파”…코스피, 거래대금 감소 속 하방압력 우려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10조 원을 돌파하며 시장 하방압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거래대금 감소와 코스피 상승세 둔화가 겹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변동성 확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중한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는 8일, 지난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내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이 10조701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7월 31일(10조440억 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전체 상장 주식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은 0.37%로 나타났다. 이번 통계는 시장 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심리가 다시금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미국 ‘트럼프 관세’와 세제개편안 등 불확실성 요인과 맞물려 지수 상승 흐름이 약화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매도 규모가 확대되면, 하락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세가 둔화함과 동시에 공매도 경계감이 커졌다. 특히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비중이 높은 일부 종목은 단기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상승 탄력이 약해지면서 전체 거래대금도 감소 중이며, 공매도 거래금액 비중이 높아지면 시장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공매도 순보유 잔고 수준은 지난 2018년 3월 미·중 무역전쟁 우려 시기의 0.83%(공매도 잔고 비율)보다는 낮지만, 잔고 총액이 10조 원을 넘은 점은 변동성 재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한미반도체(6.05%), SKC(5.32%), 호텔신라(4.77%), 신성이엔지(4.18%), 두산퓨얼셀(3.52%) 등은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종목으로 꼽힌다.
정부와 거래소 등 관계기관은 시장 안정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공매도 제도 손질이 논의됐으나 뚜렷한 제도적 변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보다 공매도 잔고 비율은 낮으나 절대 규모는 10조 원을 두 차례 넘어서며 시장 체력 저하 시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증시 상승세가 재개되기 전까지 공매도 잔고 및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거래대금과 변동성 등 시장 핵심 지표 흐름에 주목하며 투자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