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추석마다 현수막이 도심을 덮었다”…창원 시민들, 정치인 홍보 난립에 불만 고조

강예은 기자
입력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남 창원지역 곳곳에 정치인 명절 인사 현수막이 무더기로 걸리며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도심 전역에 현수막이 난립하자, 도시 미관은 물론 시민 불편과 안전 문제까지 불거진 모양새다.

 

1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창원시 도심 주요 길목에는 9월부터 현직 국회의원, 정당인,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이름이 적힌 추석 인사 현수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다수 현수막 문구는 ‘풍성한 추석 보내세요’,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등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없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치권에선 내년 6월 지방선거(8개월 남음)를 앞두고, 사실상 사전 홍보 기회로 현수막 설치에 경쟁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한 달 전 각 정당에 추석 연휴 현수막 게시 자제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실제로는 창원 의창구청 인근에 한 장소에만 15개의 현수막이 몰렸고, 창원시청 사거리 주변에도 11개가 동시에 걸릴 정도로 현장에서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현수막이 도심 미관을 해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의창구 소답동 김모씨(73)는 “현수막이 너무 많아서 별로다”며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서로 싸우지 말고 나라 살릴 생각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청 앞을 지나던 한 70대는 “말도 안 되는 거 쓰고 있으니 잘 안 본다”며 무관심을 보였다. 일부 학생은 “사방팔방 현수막이 달려 있어 지저분하다”, “한정된 장소에서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달리 지방선거 후보 면면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극소수 존재했다. 그러나 과반 시민은 현수막 과잉이 불쾌감과 거리 경관 저해로 이어진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창원시와 각 구청은 매년 명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현수막 민원에 맞춰, 올해도 옥외광고협회와 협조해 현수막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쾌적한 도시 미관과 보행자가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각 정당에 관리·자제를 재차 당부했다”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현수막의 경우엔 별도 요청 없이 직접 즉시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의 홍보 경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문제는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사회적 숙제로 남았다. 시는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 중에 있으며, 창원시 현수막 논란이 다른 지역으로도 번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강예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창원#정치인현수막#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