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38초55 신기록”…이재웅, 1,500m 32년 만에 경신→호크렌 대회 우승
카메라 앞에 선 이재웅의 표정에는 벅참과 희열이 교차했다.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32년의 기록. 그 기다림의 끝에서 그의 마지막 질주는 환희의 순간으로 남았다.
이재웅(22·국군체육부대)이 14일 일본 홋카이도 시베츠에서 열린 2025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2차 대회 남자 1,500m 경기에서 3분38초55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기록은 1993년 12월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김순형이 세운 기존 한국 기록 3분38초60을 0.05초 단축한 대기록이다. 이재웅은 마침내 32년 만에 한국 남자 1,500m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불과 사흘 전, 이재웅은 같은 대회 1차전에서 3분40초19로 남자 일반부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웠던 바 있다. 한 달 전 구미 아시아선수권에서는 3분42초79로 2위에 오르며, 한국 선수의 30년 만의 1,500m 메달을 일구기도 했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는 막판 스퍼트가 빛을 발했다. 결승점에 이르는 순간까지 스피드를 유지하며, 경쟁자들을 완전히 따돌린 이재웅의 움직임에 현장은 숙연해졌다. 관중석 곳곳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이어졌고, 기록 경신의 순간에는 한국 중거리 육상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환호가 더해졌다.
경기 후 이재웅은 대한육상연맹을 통해 "오랫동안 염원했던 한국 신기록을 달성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며, "이 기록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유영훈 감독님과 대한육상연맹, 국군체육부대, 영천의 가족, 국가대표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이것이 끝이 아니다. 새로운 목표를 세워 계속 도전하겠다"며 앞으로의 각오도 덧붙였다. 팬들은 온라인과 SNS에서 "드디어 한국 중거리 육상의 새 시대가 열렸다", "이재웅이 또 하나의 벽을 넘었다"는 메시지와 함께 축하와 응원의 물결을 보냈다.
이재웅은 이번 대회 우승을 계기로, 아시아선수권과 세계 무대를 시야에 두고 더욱 도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32년을 넘긴 기다림 끝에 새로 써 내려가는 기록의 의미는 더욱 깊다. 손끝에 남은 땀방울, 관중석의 조용한 숨결은 이날 밤 호크렌 디스턴스챌린지 2차 대회에 또 한 장면을 남겼다. 이재웅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