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줄이려다 나트륨 과다"…소금커피 유행에 의료계 경고
커피에 설탕 대신 소금을 넣는 이른바 소금 커피 트렌드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건강영향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소금이 커피의 쓴맛을 줄여 상대적으로 더 달게 느껴지도록 해 설탕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이를 정면으로 경고하는 전문가 진단도 나오고 있다. 나트륨 섭취 과다가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의료계의 기존 근거와 충돌하는 만큼, 식품과 건강의 경계에서 새로운 소비 패턴에 대한 과학적 검증 필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영국 매체 더선은 18일 현지시각 기준으로 최근 영국과 미국 등에서 소금 커피 주문이 카페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은 소량의 소금이 커피의 거친 쓴맛을 누그러뜨리면서 설탕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건강을 고려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류 섭취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레시피와 동영상 콘텐츠도 다수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금이 미각 인식에 영향을 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건강에 이로운 대체재로 받아들이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브래드퍼드대 심리학자 엘리너 브라이언트 박사는 소금이 카페인 특유의 쓴맛 인식을 낮춰 커피가 더 달게 느껴지도록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커피마다 소금을 넣는 습관이 형성되면, 장기적으로 나트륨 섭취량이 누적돼 건강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하루에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일수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금 양이 한 잔당 소량이라 해도, 다회 섭취 시 권장 나트륨 섭취량을 초과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혈압, 심부전, 신장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나트륨 과다는 혈압 상승뿐 아니라 혈관 구조 변화와 체액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
소금 커피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미각 인식과 유전학적 요인의 차이도 자리한다. 브라이언트 박사는 미각 인식이 개인 유전적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람은 선천적으로 쓴맛에 관대한 반면, 또 다른 집단은 쓴맛에 민감해 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후자의 경우 소금, 감미료, 향료 등을 동원해 풍미를 조정하는 시도가 나타나기 쉽다는 분석이다. 소금 커피 유행은 이런 미각 맞춤 트렌드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해석된다.
커피 머신 제조업체 필립스는 소금 커피 현상을 소비자 취향 세분화의 연장선으로 본다. 필립스 측은 복잡한 커피 주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소금을 활용한 커피 레시피 확산은 취향 조정 수준이 점점 더 극단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산미와 쓴맛 비율, 물 온도, 원두 산지에 이어 나트륨까지 조절 변수로 편입되면서, 커피 한 잔이 개인 맞춤형 식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식품과 건강을 다루는 바이오·헬스 업계에서는 당 줄이기라는 명분 아래 다른 위험요소를 키우는 역효과를 경계하는 기류가 강하다. 비만과 당뇨병 관리 차원에서 당류 섭취를 줄이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 대안이 나트륨으로 전환되는 방식은 장기적 건강 관리 전략과 맞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식품영양학계에서는 소금 커피를 일종의 기능성처럼 포장하는 마케팅이 등장할 경우, 소비자 혼선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식품 규제 환경에서도 나트륨 저감 정책이 강화되는 흐름과 소금 커피 유행은 충돌 지점을 가진다. 여러 국가 보건당국이 가공식품과 외식 메뉴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레이블 표시 강화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페 메뉴에 소금을 추가하는 행위가 대중화될 경우, 규제당국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소금 커피를 일시적인 유행으로 가볍게 소비하기보다, 장기적인 건강 영향과 미각 변화까지 포함해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미 고혈압 전단계에 있거나 가족력 등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습관적 섭취를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본다. 산업계와 규제당국이 나트륨과 당류를 함께 관리하는 통합 영양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품과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소금 커피가 실제 시장에 자리 잡을지, 아니면 짧은 유행으로 지나갈지 예측하기 이르다고 본다. 다만 새로운 식품 트렌드가 등장할 때마다 과학적 근거보다 자극적인 체험과 마케팅이 앞서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어, 기술과 데이터에 기반한 영양 정보 제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