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 본토 타격 가능 국가”…정동영, 한반도 긴장 고조 현실 인정 촉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외교적 난국을 둘러싼 논쟁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정부가 첨예하게 맞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이에 따른 전략적 변화가 현실로 부각되는 가운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에 관한 정 장관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다가올 정국의 또 다른 격랑이 예고되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9월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3대 국가의 하나가 돼버렸다”며 “냉정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스스로 전략국가라고 선언하는 만큼, 7년 전과 전략적 위상도 달라졌다. 그 현실을 바탕으로 새 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이 가리킨 ‘3대 국가’에는 북한 외에 중국, 러시아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의 미 본토 타격 기술 확보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일부 전문가 비판도 제기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9월 30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경각심 환기가 목적이었다”며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 가능성에 관련해, 정 장관은 “노동당 창건 80년 메시지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대미, 대남 메시지였다”며 “북미 양국 모두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시그널이 감지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북미관계를 통해 안보 대 안보만 교환하는 국면에선 미국이 추가 지원이나 보상을 꺼릴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정으로 개혁개방을 원한다면, 해법은 남북 협력에 있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국가적 전략적 위치를 정의했지만, 인민 생활향상은 아직 이루지 못했다. 대남 수요는 유효하다”며, 평화공존의 필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최근 정치권에 불거진 ‘평화적 두 국가론’ 논란에 대해서는, “데팍토 국가와 데주레 국가 승인 문제는 결국 공리공담에 불과하다.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는 것이 더 실질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쪽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북한은 주적’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대립을 시작했다.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남북 관계가 다시 후퇴한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독일의 통일 과정을 거론하며 “서독 보수정권이 집권해도 교류·협력은 멈추지 않았다. 현재 남북 교류협력 중단은 민주주의 성숙도의 차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남북관계는 완전히 절단됐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겨냥했다.
또한 ‘평양 무인기 투입 의혹’과 관련, “만일 국지적 무력충돌이 발생했다면 계엄 명분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시 긴장 상황의 위험성을 짚었다.
정동영 장관은 2025 국제한반도포럼, 독일 통일기념일 행사 등을 위해 5박7일 일정으로 독일과 벨기에를 순방 중이다.
남북관계 협력 및 한반도 긴장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정보에 대한 국제공조와 협력 강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