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동포 낸시 고넨, 가족의 뿌리 되찾는 여정→9월 한국 방문에 간절함 흐른다”
한 여름 바람이 스민 이스라엘의 라아나나, 잊힌 세월의 무게 속에 낸시 고넨은 언제나 잔잔한 아침을 맞는다. 어머니 이월순이 생전에 품었던 고국에 대한 그리움, 가족을 애타게 찾아 헤맨 숱한 나날들이 그 고요함을 지운다. 어느덧 68세가 된 낸시 고넨은 자신의 뿌리가 시작된 강원도의 작은 마을보다 먼 곳에서 살고 있지만, 혈연의 실타래는 끊길 줄 모른다.
이월순은 1950년대 초, 전쟁이 남긴 이산가족의 슬픔을 품고 미군 얼 루이스 소런슨과 가족이 됐다. 노란빛 사진 속 어머니의 미소는 아련한 시간을 지나 1956년 미국행 배 위로 스며들었고, 삶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낸시와 언니 루이스를 품었다. 그 후 세계 곳곳을 옮기며 살았던 고넨은 1985년 이스라엘로 이주해 인사 담당자로 일했고, 은퇴 후에도 어머니가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왔다.

모든 가족이 시차를 두고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국전쟁이 촉발한 이별의 고통은 고넨의 시간 속에 묵직하게 쌓였다. 그는 “어머니는 한국으로 돌아가 가족을 만나는 것을 평생 꿈꾸셨다”며, 그 아픔조차 자녀에게 계승된다고 말했다.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연 건 ‘H마트에서 울다’ 등 자신과 이국의 사연을 닮은 책,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에 자꾸만 시선이 머무르면서였다.
고넨은 오는 9월 두 딸과 함께 어머니의 친가족을 찾아 한국 땅을 밟을 것을 결심했다. 강원 춘성군 동면 상걸리와 홍천군 홍천면 와동리는 수많은 세월 속에도 변하지 않은 모정과 핏줄의 흔적을 품고 있다. 그는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다면, 가족의 오랜 꿈이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며 간절한 마음을 내비쳤다.
더 이상 이산가족의 이야기가 기록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소망한다는 그는, 한국 정부와 각종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에도 도움을 간절히 요청했다. 이스라엘에서 미국,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이어지는 낸시 고넨 가족의 이 아린 여정은, 한국전쟁이 남긴 유산과 상봉 염원에 다시금 사회적 울림을 더한다.
한국 사회는 분단의 그늘 아래, 남겨진 가족과의 만남에서 언제나 치유와 연대의 희망을 찾았다. 정부는 앞으로 고넨 가족을 비롯한 해외 이산가족 사례에 대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