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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산과 맑은 선율”…국악으로 만나는 가을, 영동난계국악축제의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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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산과 맑은 선율”…국악으로 만나는 가을, 영동난계국악축제의 깊은 울림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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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국악이 낯선 음악이 아니라, 일상 깊숙이 스며드는 계절의 노래가 됐다. 예전엔 엄숙한 전통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새로운 삶의 리듬이 채워진다.

 

영동난계국악축제가 열리는 충북 영동은 푸른 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고장, 가을 바람조차도 국악 선율처럼 부드럽게 향기를 남긴다. 지역민과 방문객들은 함께 거리를 거닐며, 퓨전국악공연부터 전통혼례재현, 그리고 어린이 마당놀이까지 다채로운 무대에 몸을 맡긴다. SNS엔 전통 한복을 입고 취타대 퍼레이드를 즐기는 모습이나, 국악기 체험에 나선 가족들의 인증사진이 줄을 잇는다.

퓨전국악공연부터 전통혼례재현까지…‘영동난계국악축제’ 충북 영동에서 열린다
퓨전국악공연부터 전통혼례재현까지…‘영동난계국악축제’ 충북 영동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해로 55회를 맞는 영동난계국악축제는 전국 유일의 국악전문 축제로 성장해, 9월 12일부터 한 달간 수많은 관람객이 모일 예정이다. 국악의 대가 난계 박연 선생을 기리는 이 축제엔 청소년 한마당 ‘도전 국악골든벨’, 풍물연합회의 신명나는 길놀이, 대형 국악기 포토존 등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지역 곳곳의 박연 생가체험장, 난계국악박물관, 영동문학관 전시도 축제 열기에 힘을 보탠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공감형 전통 계승’이라 부른다. 오랜 시간을 이어온 국악이 지역의 현재와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다시 숨 쉬는 순간이라는 의미다. 한 예술평론가는 “음악이 우리를 연결하는 부분은 결국 삶의 감정과 일상의 즐거움”이라며, “국악도 오늘을 사는 감성의 언어로 이해될 때 진짜 기쁨이 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와 직접 국악기를 만져보니 새로웠다”, “옛것이 주는 감동이 뜻밖이었다”는 체험담이 줄을 잇는다. 현장에 다녀온 한 방문객은 “축제가 끝나도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고 고백했다. 잊혀질 듯 지워지는 선율이, 어느 순간 일상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는 경험이 된 셈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영동난계국악축제는 단지 국악이라는 형식의 재현이 아니라, 전통과 현대, 세대와 취향을 잇는 느슨하면서도 따뜻한 연결의 순간이다. 이 가을, 축제의 음표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내면에도 조용한 울림이 번지고 있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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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난계국악축제#난계박연#국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