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2년 만에 ‘VIP 격노’ 인정”…조태용·임기훈, 해병특검 출석해 윤석열 회의상황 진술
정치

“2년 만에 ‘VIP 격노’ 인정”…조태용·임기훈, 해병특검 출석해 윤석열 회의상황 진술

임태훈 기자
입력

정치권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핵심 인사였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2년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VIP 격노'를 목격했다고 진술하면서,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기록 회수 관여 의혹이 다시 정국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임기훈 전 비서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국회와 법정에선 "대통령 주재 회의 내용은 안보 사안"이라며 진술을 거부했지만, 최근 특검 조사에서 돌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관은 지난달 특검에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강하게 질책한 사실을 실토했다. 그는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고, 회의실 전화기로 이 전 장관에게 "이렇게 다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내가 얘기하지 않았냐"고 큰소리로 질책한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훈 전 비서관과 함께 조사를 받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오전 9시 40분께 특검에 출석했다. 조 전 실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 주미대사, 국정원장 등 요직을 거친 인물로, 대통령실 주재 회의에 국가안보실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간 조 전 실장은 국회에서 'VIP 격노설'을 부인해왔지만, 지난달 29일 특검 조사에서 처음으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인정하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진상과 대통령의 수사기록 회수 지시 여부를 두고 수사와 정치권의 대립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조 전 실장은 "사실대로 다 얘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취재진의 추가 질문엔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수사 개입 여부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은 물론 정국 전체에 파급 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즉각 진상 규명을 압박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반면, 여권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통령실 최고위 인사들의 동시 진술 번복은 정치적 충격이 크다"고 평가했다.

 

특검은 이날 조태용 전 실장, 임기훈 전 비서관을 상대로 채상병 사건 보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 반응과 세부 지시사항을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향후 국회와 여야의 격렬한 공방이 이어질지, 정국의 향배에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임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조태용#임기훈#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