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와 리듬에 물든 거리”…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에서 만난 감각의 확장
요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낯선 아프리카의 음식과 노랫소리에 이끌려 거리를 걷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던 전통춤과 화려한 패션이, 이제는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이 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우리 삶에 스며든 열린 태도가 감지된다.
2025년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이 그 흐름의 중심이다. SNS에는 젬베 연주나 아프로팝 댄스 배틀 인증 영상, 이색 향신료로 만든 요리 인증샷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오랜만에 친구와 찾은 직장인 박선영 씨(34)는 “김치찌개 대신 아프리카 스튜를, 케이팝 대신 현지뮤지션의 라이브를 온몸으로 맛보니 여행 온 기분”이라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 해 기준 국내 아프리카 관련 축제·이벤트 참가자 수는 계속 늘고 있고, 이색푸드·공예품 마켓 규모도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광장에서는 국가별 전통춤 퍼레이드와 DJ 파티, 대사관 부스 투어가 이어졌고, ‘Asia Africa Talent Award’에서는 국적과 연령을 불문한 참여자들이 열정적인 댄스 배틀로 무대의 결을 달궜다. 현지 디자이너와 한국 한복 브랜드가 협업한 프리미엄 패션쇼는 전통과 현대의 혼합이란 새로운 미감을 선사한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생활 속 글로벌 공존의 진화’라 정의한다. 문화심리학자 이형수 박사는 “주체적으로 이국의 문화를 경험하려는 젊은층이 주도권을 쥔 변화”라며, “이질감을 뛰어넘어 다양성에 대한 호기심, 직접 체험에 의미를 두는 세대 감각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매년 기다리는 축제”, “나도 이번엔 아프리카 헤어스타일 도전했다” 등 체험자가 남긴 후기는 ‘다름’에 대한 열린 호기심을 넘어서, 스스로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20대 직장인 임지연 씨는 “음식, 의상, 춤을 통해 진짜 현지에 다녀온 느낌”이라며 “이런 경험이 쌓여 내 삶이 더 두터워지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서울아프리카페스티벌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리듬을 바꾸는 기호가 됐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낯선 것을 친구처럼 받아들이는 연습, 그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나와의 조우.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