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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 사태 속 이글”…박서진, 승부사 기질 빛난 3R→우승 경쟁 불씨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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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아래 낯선 고요가 퍼진 페어웨이, 동반 선수 둘이 연이어 기권한 순간에도 박서진은 스스로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짧은 순간 스쳐간 당황함은 곧 담대한 결의로 바뀌었고,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의 주인공은 혼자가 됐다.

 

13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박서진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동반 플레이어 김우정과 윤다형이 모두 기권하면서, 경기 규정상 단독 플레이가 불가능해 경기위원과 데이터 수집 요원이 임시 마커로 함께했다.

“기권 사태 속 이글”…박서진, 한국여자오픈 3R 2언더→우승 경쟁 가세 / 연합뉴스
“기권 사태 속 이글”…박서진, 한국여자오픈 3R 2언더→우승 경쟁 가세 / 연합뉴스

박서진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전반에는 파 세이브를 거듭하며 코스를 공략했고, 중반 이후 흔들림 없는 샷으로 험준한 코스와 맞섰다. 16번 홀(파5)에서 2.5m에 붙인 두 번째 샷으로 이글을 만들어내며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날 2언더파 70타를 적어낸 박서진은, 전날까지의 3언더와 합쳐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로 우승 경쟁 선두권에 합류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서진은 “스펙터클한 날이었다. 짧은 버디 기회를 많이 놓쳤지만, 코스 난도가 높아 러프를 피하면서 안전하게 치려 했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강한 장타와 균형 잡힌 멘탈이 최근 박서진을 더욱 단단한 선수로 만들고 있다고 호평했다.

 

반면, 잇따른 기권 사태는 대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대회 둘째 날부터 총 20명에 가까운 선수가 무더기로 경기를 포기했고, 현장에서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 특유의 높은 난도와 체력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컷통과가 무산될 성적을 받은 선수가 부상 등을 이유로 연이어 기권하자, 공정성 논란과 대회 운영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85타, 79타 등 쉽지 않은 점수에도 끝까지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겐 스포츠맨십에 대한 존중과 박수가 이어졌다. 이런 풍경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현장만의 긴장과 울림을 남겼다.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는 계속된다. 산뜻한 이글의 기운을 품은 박서진이 다시 한번 결연한 집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 험난한 자연 속 그 장면이 어떤 여운을 남길지 기대가 모인다. 한국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의 풍경은 내일도 햇살과 바람 속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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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한국여자오픈#기권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