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무죄 판결 수용”…국정원, 전 금속노조 간부 사건에 유감과 위로 표명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전직 간부들이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국가정보원이 이례적으로 유감과 위로의 뜻을 표명했다. 핵심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간첩 관련 수사 결과에 유감을 밝힌 점이 정치권과 법조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10월 1일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사를 담당한 일원으로서 대법원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무죄가 확정된 당사자에게 유감과 위로의 뜻을 전달했으며, 내부적으로 필요한 조치들을 해 나가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은 또 “국민주권 시대에 부합하는 업무 수행으로 한 사람의 국민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하게 업무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7)씨와 전 금속노조 조직부장 신모(54)씨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대남공작기구의 지령을 받아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지난해 5월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양씨는 1심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신씨는 1, 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후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국정원은 작년 1월 대공수사권 폐지 전까지 수사·기소 과정에 참여했으며, 이번 무죄 결과에 대해 수사기관이 유감 표명을 한 것은 관례적으로도 드문 일로 받아들여진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달라진 국정원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과 정보기관의 무리한 기소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법원 판결과 맞물려 검찰과 정보기관의 수사 행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과 국정원의 해명은 앞으로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정보기관 역할의 변화, 수사기관의 책임성 강화 논의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동시에, 정치권은 이 사안을 계기로 무리한 기소와 국민 기본권 보호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