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구독형 매출 본격화 조짐에 26.69% 급등…제이엘케이, 뇌졸중 AI 상업화 기대감 확대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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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인공지능 진단 솔루션 업체 제이엘케이 주가가 병원 구독형 공급 계약과 글로벌 학술지 등재 소식이 맞물리며 급등했다. 단기적으로는 차익 실현 매물 소화 과정이 불가피하지만, 실제 병원 매출과 해외 상업화 성과가 가시화되며 중장기 성장 경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하고 있다.

 

12일 코스닥 시장에서 제이엘케이는 전 거래일 대비 26.69% 오른 5,98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부터 이어진 4,000원대 박스권을 거래량을 동반한 장대양봉으로 돌파한 모습이다. 거래량은 11일 144만 주 수준에서 12일 732만 주를 넘어서며 5배 이상 폭증해 수급 중심이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제이엘케이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제이엘케이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주가 급등을 이끈 직접적인 재료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과 체결한 의료 AI 솔루션 4종 공급 계약이다. 특히 이번 계약이 일회성 납품이 아닌 구독형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렸다. 사용량에 비례해 반복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로, 병원에서의 실제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매출과 현금 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기술 신뢰도 측면에서도 모멘텀이 더해졌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스트로크에 제이엘케이의 CT 기반 뇌졸중 AI 진단 기술 연구가 게재됐고, MRI 기반 뇌관류 분석 솔루션 역시 혈전제거술 대상 환자 판별에서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축적이 향후 임상 현장에서 필수 보조 도구로 자리 잡을 여지를 키운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 투자자가 상승을 주도했다. 기관은 12일 하루 21만 2,303주를 순매수하며 직전일 10만 주 이상 순매도에서 매수 우위로 방향을 바꿨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날 5만 1,100주를 순매도해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대량 거래가 동반된 만큼, 바닥권에서 매물이 상당 부분 정리되고 새로운 매수 주체가 유입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종 업계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제이엘케이의 시가총액은 약 1,526억 원 수준으로 코스닥 592위 안팎에 머문다. 같은 의료 AI 대표주인 루닛의 시가총액이 약 1조 원대, 씨어스테크놀로지가 1,400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력 대비 몸값이 가볍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2.82%로 루닛의 8.21%보다 낮아 향후 외국인 수급 변화에 따른 변동성 여지도 남아 있다.

 

실적 기대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제이엘케이의 2024년 예상 매출은 143억 원, 영업적자는 127억 원 수준으로 여전히 적자가 예상된다. 다만 2025년 매출 전망치는 45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8.74% 증가가 기대되고, 영업적자도 95억 원으로 축소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외 인허가를 획득한 제품들이 구독형 모델을 통해 실제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이 반영된 수치다.

 

밸류에이션 지표를 보면 2024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16배, 2025년에는 3.86배로 소폭 하락이 예상된다. 업계 전반이 적자 상태이고 제이엘케이 역시 2025년까지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재무 부담과 자금 조달 리스크는 여전히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이번 한림대 성심병원 계약은 회사의 상업화 로드맵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뇌 영상 분석용 AI 소프트웨어 4종이 실제 대형 병원 임상 환경에 도입되는 첫 사례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매출 기반 사업 모델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구독형 모델 특성상 도입 병원이 늘어나고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반복 매출이 쌓이는 구조여서, 향후 현금 흐름 안정화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도 병행된다. 제이엘케이는 미국 뇌졸중 분야 전문가 랜스 J. 리 박사와 협력해 미국 내 유통 전담 회사를 설립하고 공식 판매 계약을 추진 중이다. 규제와 보험 체계가 복잡한 미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유통 채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중장기적인 매출 성장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에서는 JLK-GRE, JLK-FLAIR 등 주요 솔루션이 후생노동성 산하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인증을 획득하거나 심사가 진행되는 단계로, 규제 장벽이 높은 일본 의료 시장 진입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경영 전략 측면에서는 신약 개발 자회사 제이엘케이바이오를 유지하며 AI 진단과 바이오 사업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재정비했다. 단기적으로는 연구개발비 부담이 수익성 개선을 제약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등에서 시너지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제이엘케이가 단순 영상진단 소프트웨어 업체를 넘어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주가 흐름에서는 12일 형성된 가격대와 거래량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5,000원 선이 대량 거래가 이뤄진 가격대인 만큼 단기 주요 지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수준이 지켜질 경우 직전 고점 돌파를 시도하는 상승 파동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지지선 이탈 시 다시 박스권으로 진입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내년 1분기 이후 실적에서 구독형 매출의 실제 반영 규모와 미국·일본 등 해외 법인 성과가 기업 가치 재평가 여부를 가르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구독형 계약이 추가로 확대되고 해외 상업화 사례가 더해질 경우, 의료 AI 섹터 전반의 투자 심리를 개선할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제이엘케이는 여전히 기술 특례 상장 기업으로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2025년에도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부채비율과 유동성 지표 등 재무 건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바이오·헬스케어 특유의 높은 변동성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 구간에서의 추격 매수보다는 조정 시 분할 접근과 실적·규제 환경 변화를 병행 확인하는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인허가와 실제 병원 도입 속도가 제이엘케이의 기업 가치 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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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케이#한림대성심병원#루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