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성범죄 피해파일 등사, 2차 피해 명백”…국회 법사위, 대전고법 국감서 재판부 결정 질타
국회와 사법부가 재판 과정에서 인권 보호 방안과 방어권 보장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대전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반대에도 불구하고 범행 현장 녹음파일 등사를 허가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해당 결정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안겼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전고등법원 국정감사에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녹음 파일 유출로 피해자는 허위 고소자라는 낙인과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겪고 있다. 열람만으로는 부족했는가. 피고인에게 등사를 해줬어야만 억울함이 풀렸느냐”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피해자 메이플 씨가 재판부에 전화해 직접 호소한 녹취록을 현장에서 재생하며, “그렇게 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 너무 힘들다”는 피해자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했다.

문제가 된 결정은 대전고법 제3형사부가 지난해 JMS 정명석 측 요청에 따라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성범죄 피해 녹음파일 등사를 허가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검찰과 피해자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내용 편집·조작이 없다는 감정서를 제출했고, 파일 등사는 2차 피해 우려가 매우 크다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 측 반론과 방어권 보장 명분을 들어 등사를 허가했다.
이후 녹음파일이 JMS 신도들 사이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현실화됐고, 정명석 변호사는 관련 파일을 신도들에게 들려준 혐의(업무상비밀누설 등)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변호사는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부인한 상태다.
이원범 대전고등법원장은 “적절성에 대해 사법행정 담당자로서 구체적 답변은 곤란하다”면서도 “녹음파일 복사와 2차 피해 우려에 관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무 가이드라인 및 연구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도 강력 비판에 나섰다. “이상한 재판”이라는 표현과 함께, “피고인이 국과수 감정만으로 동의 못하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재감정 의뢰를 할 수 있는데, 왜 별도 연구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가 그렇게 호소하는데 녹음파일을 범행 저지른 쪽에 등사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는 사법 절차 내 인권 침해 논란을 놓고 치열한 질의와 비판을 이어갔다. 정치권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와 방어권 보장의 균형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과 국회는 피해 재발 방지 매뉴얼 마련 등 실효 대책 논의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