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실종된 전당대회”…전한길·윤석열 블랙홀에 국힘 쇄신경쟁 한파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의 선거 운동이 비전과 쇄신 경쟁보다 ‘윤석열·전한길 블랙홀’에 갇히며 후보자들과 당내 분위기가 깊은 혼란에 빠졌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을 놓고 찬반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윤어게인’ 대표 인사 전한길 씨가 연설회장에서 직접 논란을 조장하면서 전당대회가 분열의 장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치러진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돋보인 이는 정작 후보자 김문수, 장동혁, 안철수, 조경태가 아니라 전한길 씨였다. 전 씨는 뉴스 기자 자격으로 입장해 개혁 성향인 탄핵 찬성파 후보의 연설에 맞춰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했고, 이는 물병 투척과 지지자간 몸싸움으로까지 번지며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후보자들도 첫 연설에서 미래 청사진 제시보다 전 씨와 ‘윤어게인’ 세력 포용 여부에 집중했다. 반탄파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이들을 함께 갈 세력으로 봤지만,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극단 세력과의 결별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전한길 면접’ 과정에서 불거진 윤 전 대통령 재입당 여부를 두고도 날 선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보수 유튜버 토론회에서 재입당 수용 의사를 내비치자,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내란 정당의 길이냐”,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고 직격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탈당 이후 현재 수감 상태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재판도 앞두고 있어 복당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당내 비판이 잇따른다. 그럼에도 후보자들이 윤 전 대통령과 전 씨를 연일 언급하는 이면에는, 전대 당원 선거인단 80%를 차지하는 강경 지지층 표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반탄파 후보는 이들을 노린 득표전에 힘을 싣고, 찬탄파 후보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표심에 호소하며 강경 비판을 이어가는 반복적 대립 구도가 굳어졌다.
이같은 흐름은 전 씨가 전당대회 판도를 좌우하는 인물로 부상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합동연설회 당시 현장 소란 이후 전 씨의 전대 출입 금지와 징계 절차 착수를 결정했으나, 이미 사태가 커진 뒤라는 점에서 부실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전 씨가 보여온 언행을 감안할 때, 그가 퇴행적 경쟁과 내분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에도 당 지도부는 독립기구인 서울시당 윤리위원회에 조사를 맡기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따른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조속 결정 촉구 입장을 보내기도 했지만, 내부 분란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 씨가 전한길뉴스 발행인과 언론인 신분을 들어 향후 일정에 계속 참석할 경우 소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는 출입 금지 방침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아예 전 씨의 출당 및 제명을 촉구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당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같은 퇴행적 논란이 이어진다면 새 지도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지속된 지지율 하락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여론만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국민의힘 내 한 재선 의원은 8월 1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아야 할 전당대회가 민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지도부가 진작에 전한길 씨에 대한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면 당의 미래를 논하는 본질적 경쟁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국회는 전 대표와 논란 인사들을 둘러싼 공방으로 격돌했고, 정치권은 당 내홍과 쇄신경쟁 실종 사태를 두고 장기 분열의 조짐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