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어물과 수제맥주, 한자리에”…남포동 골목에서 만나는 부산 ‘맛’의 재발견
요즘 남포동 골목을 걷다 보면, 맥주잔을 기울이며 건어물을 곁들이는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예전엔 동네 건어물 가게의 풍경이 추억 같았지만, 지금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부산만의 미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유라리 건맥축제는 남포동건어물도매시장의 진한 전통과 부산 수제맥주의 신선함이 한데 어우러진다. 축제 현장엔 오징어, 멸치, 황태포 등 싱싱하고 다양한 건어물 패키지들은 물론, 지역 빚은 맥주 한 잔이 일상의 피로를 풀게 만든다. ‘건맥라운지’에선 예술가들의 무대가 열리고, 마켓과 푸드트럭에선 입맛을 끄는 신메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자연스럽게 한두 시간 정도면 돌아보던 시장 골목이, 어느새 오랜 시간 머물며 다채로운 이야기와 맛을 누리는 공간으로 변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부산 중구청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지역 수제맥주 제조업체와 건어물 패키지 판매량이 모두 20% 이상 성장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를 불문하고 ‘가볍게 한잔’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SNS 인증 사진은 매년 두 배 가까이 늘고 있다.
축제 기획에 참여한 김지훈 도슨트는 “예전엔 건어물이 옛스러운 식자재였다면, 이제는 부산다운 취향과 멋의 상징이 됐다”고 표현했다. 건맥 스쿨 프로그램에선 가족 단위 참가자가 늘며, 지역의 맛을 직접 만들고 배우는 경험에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 이어진다.
현장에선 “맥주만 마시던 예전엔 건어물과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 “아이랑 같이 요리 체험도 하고, 공연도 보며 오랜만에 진짜 축제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부산 오면 꼭 건맥축제 가보라”는 추천이 줄을 잇는다.
지역의 오래된 시장이 젊은 감각과 어우러지는 이 장면은, 미식과 예술이 함께하는 새로운 도시 라이프의 신호탄처럼 읽힌다. 일상의 식탁에 특별함을 더하는 축제, 그리고 그 안에서 이어지는 동네의 이야기들. 작고 사소한 선택 같지만, 우리의 삶은 이런 순간들로 조금씩 새로운 색을 가져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