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랭커 탈락 몰아친 충격”…사발렌카, 윔블던 생존본능→챔피언 도전 불씨
잔디 위를 단숨에 제패한 아리나 사발렌카가 또 한 번 큰 대회 3회전에 이름을 올리며 윔블던 정상 등극을 향한 질주를 계속했다. 세계 1위 사발렌카의 시선을 모두가 모은 순간, 무실세트로 승리를 완성한 여운 속에서 윔블던 센터코트엔 긴장과 환호가 교차했다. 치열했던 톱랭커 전쟁판에서 홀로 살아남은 사발렌카의 강인한 서사가 대회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사발렌카는 2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4 윔블던 테니스 여자 단식 2회전에서 체코의 마리 부즈코바를 2-0, 세트 스코어 7-6(7-4) 6-4로 꺾으며 3회전에 합류했다.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진 첫 세트부터 강력한 서브와 흔들림 없는 스트로크로 상대 기세를 꺾었고, 결정적 순간마다 날카로운 리턴 능력과 넓은 코트 커버리지로 위기를 방어했다. 메이저 대회의 무대 경험이 빛난 경기였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 세계 랭킹 톱5의 생존자는 이제 사발렌카 한 명만 남았다. 2위 코코 고프, 3위 제시카 페굴라, 4위 자스민 파올리니, 5위 정친원이 1~2회전에서 예기치 못한 탈락을 기록하면서, 사발렌카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파올리니가 80위 라키모바에게 역전패하는 등 잇단 충격 속 사발렌카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됐다.
사발렌카는 경기 직후 “모두가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번 대회를 둘러싼 다양한 이변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이제 더는 이변이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결연한 표정으로 코트를 나섰다.
올 시즌 사발렌카는 마이애미오픈과 마드리드오픈 등 WTA 1000급 대회 정상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재입증했다. 하지만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만큼, 이번 윔블던에서 만큼은 압도적 챔피언 타이틀을 다시 되찾겠다는 각오다.
사발렌카의 16강 진출 길목에서는 영국의 간판스타 에마 라두카누가 기다린다. 두 선수의 마지막 맞대결에서는 사발렌카가 2-0으로 승리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라두카누 역시 지난해 우승자 본드로우쇼바를 2-0으로 꺾고 부활을 알린 상황. 힘과 기량, 홈 팬들의 분위기가 맞서는 이번 대결은 전 세계 팬들에게 또 하나의 명승부가 될 전망이다.
한편 남자 단식에서는 2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또 한 번 강력한 우승 후보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알카라스는 733위 트라베트를 상대로 3-0 쾌승을 거두며, 20연승과 2연속 메이저 제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관중석 곳곳에선 세계 랭킹 톱5의 연쇄 탈락과 챔피언의 흔들림 없는 행보가 교차하는 긴장된 표정들이 포착됐다. 유일한 생존자 사발렌카가 ‘이변 없는 잔디 시즌’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영국 테니스 팬들의 열띤 시선이 그라운드 위에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