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만남 가능성 크지 않지만 환영”…이재명 대통령, APEC 앞두고 한미‧한중 외교 해법 강조
정치적 해빙을 둘러싼 미묘한 수싸움이 다시 불붙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주요국 정상이 외교전의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대화 여부와 협상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과 남북관계 개선 전망이 교차하며 외교 무대가 새로운 파고에 휩싸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혹여라도 북미가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현실적 평가와 함께, 대화 자체가 문제해결의 출발점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전날 녹화돼 22일(미 현지시간) CNN을 통해 방송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아달라고 청한 이유”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는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답해, 북미 대화와 현실적 소통 개발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긴장에 대한 인식도 밝혔다. “남북이 직접 대화를 더 빨리하면 좋지만 지금까지 쌓여온 업보가 있어 현실이 녹록지는 않다. 남북이 곧바로 유화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하며, “지금은 소통이 완전히 닫힌 상태”라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및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에 관해선 “우리 측과 북한의 판단이 다르다. 같은 사물을 두고도 다르게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재개에 관해선 “아주 오랫동안 잘 참았다”고 언급, 현 국면의 경직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문제는 결국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적 해법의 문을 열어뒀다. 이어 “남북은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도 북한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 북한과 공존하고 서로 번영할 수 있는 더 나은 길을 찾자는 것”이라며, “조금씩 진척이 있는 것 같다. APEC도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도 피력했다.
한미 통상협상 관련 질문에서는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미국의 ‘선불 투자’ 요구 등 논란에 대해선 “우리는 동맹이고 모두 상식과 합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 동맹 신뢰와 이성적 협의 기조를 유지했다.
한중관계에서는 갈등과 협력 사이의 균형이 부각됐다. 이 대통령은 “중국은 과거 군사충돌 경험이 있지만 완전히 단절하기 어려운 특수한 관계”라며 “관계를 적정한 선에서 잘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으로선 “한미동맹이라는 특별한 관계 때문에 관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진단하며, 국가 이익을 중심으로 한 관계 조정을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기업의 추격 속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미국의 제조업 재건 지원 의사도 언급했다. “과거 우리가 미국에서 도움받았던 만큼, 이제는 미국의 제조업 재건 노력에 가능한 범위에서 도울 용의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북미·한중·한미 메시지를 주목하며 외교·안보·통상 현안을 둘러싸고 각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여권은 남북 및 북미 대화 모멘텀 창출을 강조하는 반면, 야권은 실효성 여부와 합의 구체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APEC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 간 직접 논의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정상외교의 파급 효과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 외교 질서에 적잖은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정부는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북미 및 남북 대화 재개를 적극 모색하는 한편, 한미·한중 통상 및 안보 현안 조율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