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두 국가”…정동영 통일부 장관, 남북 관계 해법에 ‘적대성 해소’ 강조
남북관계를 둘러싼 대립이 한층 첨예해지는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과 북 모두 현실적으로 ‘두 국가’임을 인정하면서도 ‘적대성 해소’를 남북 관계의 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12일, 정동영 장관은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방문 자리에서 북한이 최근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선언을 겨냥해 이같이 발언했다.
정 장관은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단서가 붙어있지만 국제법적으로나 국제정치적으로나 두 국가”라고 전제하며,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적대적인 두 국가론’으로 선을 긋고 있는데, 앞에 있는 ‘적대적’ 표현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실적으로는 실재하는 두 국가”라며, 남북 모두 사실상 분립된 상태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예로 들며, “2단계인 ‘국가연합단계’ 역시 두 국가의 연합을 의미한다. 이는 30여 년 정부의 공식통일방안으로, 사실은 남쪽에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을 유지해온 셈”이라고 설명했다. ‘적대적’이란 규정이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나, 평화적 공존 및 협력 가능성은 남측의 기본 입장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정동영 장관은 NCCK 등 남북 교계의 역할을 재차 거론하며, “적대적인 관계를 사랑으로 녹일 주체는 남북의 그리스도교 교회”라고 강조했다. 또 “NCCK가 끊어진 남북의 다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 민간과 종교계의 화해·중재 노력을 당부했다.
NCCK가 속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1984년 일본 도잔소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세계 개신교계 차원에서 첫 논의한 배경과,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 교계 협력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언급도 이어졌다. 김종생 NCCK 총무는 “내년 글리온 회의 40주년을 계기로 WCC 네트워크를 활용,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의 접촉과 평양 방문 등 다양한 시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의 실질적 분단이 국가론에서 드러난 현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관계의 적대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는 앞으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틀 안에서 한반도 평화정책 및 민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