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링, 피노 가문 벗어난 파격 인사”…루카 데 메오 영입에 주가 하늘로→르노 충격 여파 '갈림길'
한여름이 깊어가던 16일, 파리의 금융가는 다시 한 번 이목이 쏠렸다.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이 르노의 루카 데 메오를 차기 최고경영자로 영입한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흘러나온 순간, 투자자들의 염원이 교차하며 시장에 파장이 일었다. 케링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무려 12% 가까이 오르며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동시에 르노는 8% 급락해, 2022년 2월 이후 유례없는 하루를 맞았다.
케링은 지난 수년간 실적 부진의 긴 터널을 걷고 있었다. 그룹의 심장부를 이루는 구찌마저 고전하는 사이, 팬데믹의 그림자는 100억 유로가 넘는 빚과 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짙어졌다. 3년 새 70%가량 주가가 빠지며 시가총액은 210억 유로로 쪼그라들었다. 기나긴 내리막 끝자락에서, 오랜 전통의 피노 가문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선택(이탈리아 출신 경영자 영입)은 또 한 번의 전환점으로 읽힌다.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우리의 최근 성적표가 기대치를 채우지 못했다. 새로운 비전이 모색돼야 할 때”라고 인정하며, 데 메오 내정자에 대해 “국제 무대 경험, 브랜드 이해,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갖춘 인물”로 신뢰를 드러냈다. “소방관을 찾는 것이 아니다”라는 단서를 남긴 채, 케링의 재도약을 예고했다.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는 이번 결정이 위기의 케링을 추스르며 신뢰와 기대를 한데 모을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잇따랐다.
반면 데 메오 CEO의 갑작스러운 이직 소식에 휩싸인 르노는 한때 상한가였던 주가가 8% 곤두박질치며 경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르노의 5년치 주가가 90% 가까이 급등했던 시절, 개혁과 혁신의 중심엔 늘 데 메오가 있었다. 공백을 채울 후임 찾기와 조직 안정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 르노에 남겨진 숙제로 남았다.
케링과 르노 주가 등락은 경영진 교체가 곧 기업 신뢰와 미래 가치의 분기점을 만드는 힘임을, 이른 여름날 유럽 시장에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글로벌 시장은 파리발 충격을 관망하며, 앞으로 양사의 화두에 한층 섬세한 시선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