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임시공휴일 무산에도 쉰다”…대기업·학교의 ‘휴업’ 러시

권하영 기자
입력

오는 10월 10일 임시공휴일 지정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서도 대기업과 일부 학교가 자체적으로 이날을 휴업일로 지정하며 장기 연휴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별도의 임시공휴일 지정 방침을 내놓지 않았지만, 학교와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휴일’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0월은 3일 개천절과 5일부터 7일까지의 추석 연휴, 8일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7일간의 공식 휴일이 이어진다. 만약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을 경우, 11일과 12일에 주말까지 더해 최대 10일의 ‘황금연휴’가 가능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 관련해 검토 사실이 없다”고 밝혀 추가 공휴일 지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런데도 대기업 다수는 자체 규정과 사규에 따라 10일을 휴일로 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추석 휴무를 실시하는 기업 중 절반 이상(56.9%)이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7일간 쉬며, 10일 이상 쉰다고 답한 기업도 20.1%에 이른다. 특히 연차휴가 수당 등 비용 절감(35.2%) 등이 장기 휴무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실제로 대한항공, CJ, 두산 등 주요 대기업은 10월 10일을 전사 공식 휴무일로 지정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샌드위치 데이’가 발생할 때 사전 공지로 휴무를 시행하며, 다른 계열사들도 자체 정책에 따라 10월 10일을 휴일로 운영한다. 두산 역시 연 7일의 ‘공통 연차일’을 통해 올해 10월 10일을 포함했고, SK하이닉스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해피 프라이데이’로 쉬는데 이번에는 10일과 중복된다. 포스코, 기아, DL, 현대차, LG전자, 롯데쇼핑 등도 각기 사정에 따라 휴무일을 지정하거나 권장하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일부에서도 10일을 재량휴업일로 정해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중간고사 직후 이어지는 추석 연휴와 맞물려 일명 ‘재량휴업’이 확대된 셈이다. 재량휴업일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수업을 하지 않는 날을 의미하며, 학교마다 적용 일정은 상이하다.

 

이처럼 정부 차원의 공휴일 지정과 무관하게 임시 휴일이 확산되는 상황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장기 휴무 선호와 제도적 빈틈이 맞물린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제도상 규정이 없어도 단위 조직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장기간 돌아가기 때문에, 전체 산업 구조나 교육 일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기업과 학교는 “직원 복지와 비용 절감 차원” “교사·학생 휴식권 보장 등 필요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공공기관·중소기업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형평성 논란이 있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부는 “임시공휴일 추가 지정 계획은 없다”며, 기업과 학교의 자율적 휴무 운용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시공휴일 지정 여부에 관계없이 기업과 학교별로 ‘긴 연휴’가 현실이 되면서, 공식·비공식 공휴일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와 공공·민간 간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권하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대기업#임시공휴일#재량휴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