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회의 좌천 인사” 황정인, 헌법존중TF 경찰 조사단장 맡는다
정권과 마찰을 빚었던 인사가 다시 권력 견제의 전면에 섰다. 윤석열 정부 초반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회의에 참석했다가 좌천됐던 황정인 총경이 경찰 내부의 비상계엄 대응 행위를 들여다볼 헌법존중 TF 조사단장에 내정됐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황 총경은 헌법존중 TF를 이끌며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와 조직적 개입 정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는 경찰 자체 감사 인력과 외부 전문가를 함께 투입해 조직 내부에서 비상계엄을 모의·실행·정당화·은폐한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는 구상이다.

이 작업은 정부가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TF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행정안전부, 법무부 등과 더불어 치안권을 직접 행사하는 경찰은 헌법질서 훼손 여부를 가늠해야 할 핵심 기관으로 분류돼 집중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황 총경의 조사단장 발탁은 2022년 경찰국 사태와 맞물려 상징성을 키운다. 당시 그는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겠다고 밝히자 이에 반대하는 총경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서울특별시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에서 경찰수사연수원 교무계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는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교무계장 보직이 경정과 총경이 모두 맡을 수 있는 복수직급제로 운영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좌천 인사를 부인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 다수 경찰 간부들은 치안 현장에서 핵심 수사부서장을 맡던 총경을 교육기관 내 행정 보직으로 옮긴 점에 주목하며 징계성 인사에 가깝다고 해석했다는 전언이다.
황 총경은 대전 출신으로 경찰대학교 7기다. 교무계장 보직 이후 충청남도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을 거쳐 현재 충청남도 서산경찰서장을 맡고 있다. 일선 경찰서 수장으로 치안 현장을 지휘하던 그가 다시 중앙 차원의 기획 조사 업무를 총괄하게 된 셈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과거 정권과의 갈등으로 인사 불이익을 겪은 인물을 헌법존중 TF의 조사 책임자로 세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국 신설 반대에 참여했던 황 총경이 비상계엄 상황에서의 경찰 조직 행태를 평가하게 되면서 정치적 중립성과 강도 높은 자기 반성이 병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조사 범위와 방식, 관련 자료 제출 과정에서 경찰 내부 저항이나 정권 간 공방이 재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12·3 비상계엄 당시 지휘 라인에 있었던 간부들에 대한 조사 여부, 문서 작성과 전달 과정에 대한 확인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헌법수호 의무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조직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규명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차원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가 전 부처를 아우르는 만큼, 경찰 조사 결과는 다른 기관 점검에도 기준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비상계엄과 치안기관 역할을 둘러싼 후속 논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경찰의 의무와 권한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반복돼 온 만큼, 향후 국회는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경찰 보고를 받으며 제도 보완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