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의료계 충격…조엘 르스쿠아르네크, 299명 미성년자 성폭행 끝에 징역 20년→의료 신뢰와 사회 시스템 붕괴 논란”
프랑스 서부의 오래된 법정에는 한 남성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웠다. 희뿌옇게 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벽돌과 침잠한 공기 속에서, 시간과 인간의 도리를 거역한 범죄가 머뭇머뭇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70대 퇴직 외과 의사 조엘 르스쿠아르네크가 20년이라는 긴 수감의 길을 선고받은 순간, 그의 참혹한 죄목 앞에 배심원들과 방청객, 프랑스 사회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르스쿠아르네크는 1989년부터 2014년까지 프랑스 서부 여러 병원에서 적어도 299명에 이르는 아이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악행을 가했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미성년자였으며, 그들의 평균 나이는 고작 11세에 불과했다. 환자로서 그를 신뢰한 수많은 이들은 흰 가운 뒤에 감춰진 괴물의 냉혹함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범행의 흔적은 25년간 응급실의 불빛 뒤, 메스와 청진기 곁에서 눈에 띄지 않게 쌓여 갔다.

이렇게 긴 침묵은 2017년 4월, 이웃집 6살 여자아이의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파열음을 냈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수십만 개에 달하는 불법 음란물 파일, 인형, 성인 장난감, 가발, 그리고 생생하게 기재된 피해 내용의 일기와 파일들을 발견했다. 자신이 ‘노출증 환자, 관음증 환자, 사디스트, 마조히스트, 소아성애자’임을 인정한 기록, 거기 담긴 목소리는 수사관마저도 병가에 내몰았다.
사법 시스템의 빈틈도 이번 사안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들었다. 르스쿠아르네크는 2005년 소아성애 성향의 이미지 소지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처벌이나 직업 제약 없이 다시 환자 곁으로 돌아갔다. 그 후로도 그의 곁에는 어린이와 가족, 신뢰란 이름의 갑옷이 있었다.
검찰은 그를 “흰 가운을 입은 악마”라 불렀다. 강제 진술 속에서 또박또박 드러난 현실은 PTSD와 각종 정신 질환, 불면,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폐허를 드러냈다. 이미 2020년에는 조카 두 명과 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15년형을 받았으나, 이번 재판은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포악한 의료계 범죄로 기록됐다.
조엘 르스쿠아르네크는 법정의 마지막 단상에서 “관용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인간다운 삶의 파편을 되돌릴 기회를 구했다. 그러나 법정은 최고 수준의 형벌을 내렸고, 프랑스 전역은 의료계와 법조계 전반에 걸쳐 극심한 자기반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의료계 신뢰 붕괴와 사법 시스템의 빈틈, 피해 구제의 한계까지, 이 사건은 많은 질문을 남긴다. 프랑스 사회는 아직도 더 많은 미확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다. 존엄과 윤리, 공동체 신뢰라는 유리구슬에, 조엘 르스쿠아르네크의 범죄는 깊은 금을 남겼다. 재발 방지와 피해 회복, 제도 개혁을 향한 프랑스의 논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