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물 국채 5% 돌파”…글로벌 장기 금리 연쇄 고조→세계 채권시장 운명은
어둑한 파장처럼 세계 채권시장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오랜 장벽으로 여겨지던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라는 상징적 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장기물 금리 상승’이라는 강한 여진이 각국 채권시장에 스며들고 있다. 불투명해진 재정의 경계선, 투자자들의 경계심, 국경을 가로지르는 불안감이 새로운 시대로 이끈다.
미 재무부 감세 정책 논쟁과 재정적자 확대로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092%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 역시 전장보다 11.2bp 뛰며, 역사적 고지라 할 만한 변화의 경계에 다가섰다. 같은 기간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6.92%로 3개월 새 최고점을 다시 썼다. ‘감세안’과 ‘재정적자’라는 두 강물은, 미국 의회 합동조세위원회가 예측한 2조5천억 달러의 적자 확대 전망과 맞물려 시장 심리마저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이후, 투자자들은 장기채에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하며 경매장 깊은 곳에서 냉담한 시선을 보낸다.

이 불안의 물결은 아시아, 유럽 국경을 넘어 더욱 웅숭깊게 번졌다. 일본 30년·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각각 3.185%, 3.635%로 역사상 최고치를 새겼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소비세 감세 논의가 일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가 250%를 돌파했다는 불안이 커졌다. 유럽에서는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5%에 달했고, 독일 역시 장기물 금리에 가속이 붙었다. ‘트러스노믹스’ 등 대규모 감세 정책 논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각국의 차입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채권시장은 새로운 경계와 의미를 맞이한다.
한편 원화 저평가 인식과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국내 국채금리는 비교적 잔잔한 흐름을 이어간다. 미국 국채시장 불안 직후에도 20·30년물은 소폭 상승에 그쳤고, 중단기물은 하락 전환을 기록해 비교적 견고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하반기 추가경정예산 논의와 내년도 예산 확대 전망, WGBI 편입 지연 등은 국고채 금리상승의 불씨로 남아 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국내 3년 및 10년물이 각각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국내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재정 확대와 대선 이후의 변동성에는 늘 주의해야 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의 이 말처럼, 세계는 지금 재정의 균열 위에서 새로운 운명을 가늠한다. 금리라는 바람은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감싸고,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정건전성과 시장 신뢰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