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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간전사체 결합”…셀트리온, 항암 신약 탐색 공동연구 강화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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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공간전사체 기술이 결합된 신약 표적 탐색 방식이 항암 치료제 개발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셀트리온이 테크바이오 기업 포트래이와 공동 연구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공간전사체 및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새 무기로 신약 후보 발굴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는 이번 협력을 ‘AI·정밀의료 융합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셀트리온은 포트래이의 공간전사체 데이터베이스와 AI 분석 플랫폼 ‘PortraiTARGET’을 활용, 조직 내 유전자 발현 정보의 위치 기반 해석·신약 표적 발굴에 협력한다. 포트래이는 기존 단일 세포 전사체(Level of single cell transcriptomics) 대비, 조직 내 세포 분포와 상호작용까지 해석 가능한 고해상도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암 표적 발굴을 맡는다. 셀트리온은 최대 10종의 신규 표적에 대해 독점권을 갖고, 신약 후보부터 임상 전(Pre-clinical) 개발 일체를 총괄한다.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8775만 달러(약 1259억원)로, 성과에 따라 로열티도 별도 지급된다.

공간전사체 분석의 핵심은 조직 내 각 세포의 유전자 발현 및 위치를 고차원적으로 해석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 주변 미세환경(microenvironment)에서 어떤 세포군이나 분자 경로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지까지 도식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평균값 기반 유전자 분석’이 아닌, ‘환자별 특이 표적 지도’를 구현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 및 바이오 기업들은 이 방식이 ‘후보물질 타깃 선정의 정확도와 속도를 크게 높였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기반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와 바이오 융합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의 10x Genomics, 스웨덴의 비스쿱(ViseeBio) 등은 이미 대형 데이터베이스 구축, AI 분석을 통한 신약 타깃 예측 모델을 사업화 중이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포트래이 협업이 본격 상업화를 겨냥한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아직 공간전사체 분석을 신약 R&D 전체 프로세스에 활용하는 데는 데이터 표준화, AI 알고리즘 검증, 개인정보 보호 등 기술·제도적 과제가 남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차세대 유전체 기술·AI 활용 신약 타깃 검증” 단계별 프로토콜 마련을 예고한 바 있고, 유럽의 EMA는 환자 데이터 투명성·윤리 기준 수립을 강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공간전사체·AI 기반으로 환자군별 신규 표적을 확보해, 항암 및 희귀질환 등 미충족 수요가 큰 영역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정밀의료 결합이 신약 탐색 효율화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협력 모델이 실제 신약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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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포트래이#공간전사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