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룰 첫 적용”…마멜로디 윌리엄스, 울산전 규칙 위반→클럽월드컵 1호 사례
잔뜩 고조된 긴장 속에서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다. 조금의 방심이 경기 흐름을 뒤바꾼 채, 모두의 시선이 주심의 손짓을 향했다. 세계 축구 규칙에 남을 1호 '8초룰' 위반이 클럽월드컵 무대에서 나왔다.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F조 1차전이 18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인터앤코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울산 HD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멜로디 선다운스가 맞붙은 이날, 새롭게 개정된 축구 규정이 실제 경기에서 적용되는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울산은 전반 36분, 마멜로디 이크람 레이너스에게 먼저 실점한 뒤 곧바로 전술 변화를 단행했다. 그러나 맞불을 놓으며 여러 차례 역습을 시도했음에도 상대의 견고한 수비를 넘지 못하고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장면은 후반 38분에 펼쳐졌다. 마멜로디의 골키퍼 론웬 윌리엄스가 공을 잡은 뒤 8초를 초과해 소유하자, 프랑스 출신 주심 클레망 튀르팽이 개정된 '8초룰'을 엄격히 적용했다. 이 판정으로 울산에 코너킥이 주어지며, 새 규정이 국제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실전 판정을 남겼다.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지난 3월, 경기 지연 방지와 속도 향상을 위해 골키퍼가 8초를 넘겨 공을 지연하면 상대팀에 코너킥을 부여하는 규정을 승인했다. 이는 그간의 6초 초과 시 간접 프리킥 규정보다 더욱 엄격한 조치다. 경기 중 주심이 5초가 남을 때 팔을 들어 카운트다운을 직접 알린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전에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2, 이탈리아, 몰타 등 일부 리그에서 해당 규정을 시범 적용한 바 있으나, 400여 경기 중 4차례만 위반이 나왔을 만큼 적지 않은 관심과 실효를 동시에 확인시켰다. 클럽월드컵 11번째 경기에서 나온 첫 위반 사례는 향후 전 세계 축구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낳을 전망이다.
대회는 15일 개막해 7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울산의 패배로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점을 쌓지 못해 남은 경기들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경기 종료 후 해설진과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 리듬의 향상과 페어플레이 문화의 정착을 예고하는 변화라는 평가가 오갔다.
오는 7월 1일부터 세계 엘리트와 아마추어 모든 경기에서 8초룰이 본격 도입된다. 단, 시즌이 진행 중인 각 리그는 실정에 맞춰 적용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한국 K리그 역시 내년 시즌부터 해당 규정 적용이 확정됐다. 변화의 한가운데서 서 있는 울산과 마멜로디의 오늘은 규칙 너머로 또 다른 역사의 장을 열고 있었다.
하루의 무게를 견딘 선수들, 경기장 위에서 흘러간 시간의 결은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 FIFA 클럽월드컵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새로운 규칙의 출발점을 기록했다. 그 장면은 7월 14일 피날레까지 이어질 클럽월드컵 동안 수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