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만 2600만”…크래프톤, 인도 게임 시장에 2억 달러 베팅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젊은 대륙’이라는 별칭에 걸맞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2024-2025 회계연도 모바일 게임 설치 건수는 84억5000만 건에 이르렀으며, 크래프톤이 2억 달러(약 2850억원) 투자 등 대규모 베팅에 나서면서 전 세계 게임 산업 지형 변화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업계는 ‘차세대 성장 시장’ 확보를 위한 전략적 분기점으로 인도 내 게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센서타워 ‘2025년 인도 모바일 게임 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인도는 동남아 최대국인 인도네시아(33억4000만 건)의 2.5배 수준의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를 기록, 글로벌 최대 게임 유통시장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급성장은 인도 특유의 저렴한 데이터 요금, 스마트폰 확산, 게임을 소셜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는 문화적 변화 등 현지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세 인구만 해도 2600만명에 달해 중국(1600만명)과 유럽, 북미 등 주요권역을 압도하는 성장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로 이미 시장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BGMI는 2021년 7월 정식 론칭 이후 1년만에 누적 이용자 1억명을 돌파했고, 불과 2년여 만에 2억명을 넘어섰다. BGMI는 앱 매출 순위 1위, 현지 이스포츠 시청률 신기록(동시 시청자 2400만명, 누적 2억명) 수립 등 화제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확보한 예외적 사례로 꼽힌다.
크래프톤은 BGMI 흥행을 기반으로 로드 투 발러: 엠파이어스, 디펜스 더비, 뉴스테이트 모바일 등 현지 퍼스트파티 라인업을 꾸준히 추가하며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다. 2024년부터는 알케미스트게임즈 ‘가루다 사가’, 젭토랩 '불릿 에코 인도',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인도’ 등 현지화 모바일게임 8종의 써드파티 퍼블리싱도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 신화, 유명 인물을 소재로 한 캐릭터와 스토리라인 도입 등 현지 이용자 취향 최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익화는 여전히 과제다. 센서타워는 “대부분의 인도 게이머들은 무료 게임을 선호해 매출은 4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고 진단했다. 실제 전체 매출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선진 시장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인도 경제는 연 7% 성장률, 젊은 인구층과 함께 향후 5년 내 아시아 최대 ‘캐시카우’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니코파트너스 보고서 기준 인도 게이머는 4억4400만명, 인구의 31%가 실제로 게임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크래프톤은 게임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현지 디지털경제 생태계로 투자 범위를 넓혀 장기 성장동력을 구축하고 있다. 2021년 이후 누적 2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게임개발 △이스포츠 △게임 스트리밍 △웹소설 △소셜 플랫폼 △오디오 콘텐츠 △핀테크 등 19개 현지·신흥시장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에는 핀테크(캐시프리 페이먼츠),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기술(제트신서시스),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슈루) 투자도 추가됐다.
정부와의 파트너십도 가속화되는 중이다. 올 3월 구자라트 주정부와 MOU를 맺고 이스포츠·게임 생태계 육성 사업을 시작했다. 손현일 인도법인 대표는 현지 디지털게임협회(IDGS) 부회장으로 선임돼 정책 지원, 산업계 목소리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BGMI를 베이스로 한 정규 이스포츠 리그 ‘BGIS’, ‘BMPS’ 운영, 릴라이언스 지오와의 게임 전용 통신요금제 개발, 펩시코와의 브랜드 협업 등 인도 유명 브랜드와의 파트너십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게이머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현지화를 꾀하며, BGMI 브랜드 자체를 초국민적 게임 IP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국내외 게임사들이 인도 시장의 진입장벽(언어, 규제, 창구 현지화 등)을 신흥시장 공략의 ‘모델’로 삼고 있는 만큼, 크래프톤의 ‘인도식 게임 생태계 구축 실험’은 업계의 장기 성장 논의 척도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는 “게임 플랫폼 변화와 디지털 소비 생태계 확장 여부가 인도·아시아 전체 산업구조 지형까지 뒤흔들 요인”이라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