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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심사로 256일 만에 허가”…엑스코프리정, 국내 상륙 신호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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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허가 과정의 혁신이 뇌전증 치료 시장에 현실이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41번째 신약으로 '엑스코프리정'(세노바메이트)에 대해 256일 만에 품목허가를 내주며, 신약 심사 업무절차 단축의 첫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기존에 해외 의존이 불가피하던 뇌전증 환자들에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신속히 공급한 셈이다. 업계는 이번 제도 도입을 신약 시장의 접근성과 경쟁 구도 변화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2024년 도입된 식약처의 '신약 품목허가·심사 업무절차' 적용 덕분이다. 이 제도는 신약별로 전담 심사팀을 10일 이내에 꾸리고, 제조·품질관리(GMP), 임상시험(GCP) 실태조사를 90일 내에 실시해 허가 절차를 대폭 줄인다. 엑스코프리정은 제도 시행 후 처음 허가된 품목으로 본격적인 심사 속도 혁신의 포문을 열었다. 실제 기존 허가기간(420일)보다 163일 빨리 완료됐으며, 맞춤형 대면 회의 등 심사-제조사 간 실시간 소통이 핵심 동력이 됐다.

기술적으로 엑스코프리정은 기존 치료제로 조절이 어려운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 중, 성인 부분발작 치료에 보조 요법으로 승인됐다. 이 약은 뇌신경의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나트륨 채널을 차단, 신경세포 간 균형을 회복하는 기전을 갖는다. 다국가 pivotal 임상에서 환자들의 발작 빈도 감소율이 55%, 완전발작소실율이 21%에 달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효과가 증명됐다. 기존 약물로 제한적이던 국내 환자 치료 스펙트럼을 확장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파급력 측면에서는 SK바이오팜이 원천 개발하고 동아에스티가 국내외 30개국 허가 및 판권을 맡으며, 국내 뇌전증 신약 시장의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이번 허가는 글로벌 혁신의료제품 신속심사(GIFT) 지정까지 받아 허가 심사 우선순위를 확보했다. GIFT 프로그램은 혁신 치료제 개발을 임상 초기부터 지원, 심사기간을 일반 대비 25% 단축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등 주요국도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유사한 패스트트랙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규제 환경에서는 신약 허가 체계의 전면적 단축이 공식화됐다. 2024년 1월 이후 국내 신약 신청 품목은 모두 295일 내 허가 완료를 원칙으로, 글로벌 수준의 신속성 확보가 목표다. 식약처는 허가 심사 인력 확충, 협업 미팅 확대 등 행정 역량을 강화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도 혁신 치료제 시장 진입 속도에서 주요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신속심사와 글로벌 동시 허가가 국산 혁신신약의 해외 진출에도 적극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환자의 실제 접근성과 시장 내 약가·보험 등재 등도 함께 뒷받침돼야 제도 혁신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신속 허가 절차가 뇌전증 신약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책·시장·기술의 조화가 환자 중심 의료 혁신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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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프리정#식품의약품안전처#동아에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