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0 자책점 충격”…김서현, 불펜 흔들리며 연장 10회→한화 패배의 그림자
연장 10회에 가닿은 긴장의 순간, 마운드와 더그아웃은 한여름 밤만큼 무거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김서현이 던진 공이 잠실야구장 밤공기를 가르자, 관중석의 한화 이글스 팬들은 조심스레 숨을 죽였고, 끝내 상대의 환호성이 구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한화의 뒷문은 다시 한 번 위태로움을 드러냈고, 팬들의 마음에는 아쉬움이 깊이 새겨졌다.
한화 이글스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했다. 김서현은 9회 구원 등판해 ⅔이닝 동안 안타 3개와 사사구 2개로 1실점을 기록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9회 2사 2루 위기에서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준 뒤 오스틴 딘을 내야 땅볼로 처리해 간신히 고비를 넘겼으나, 10회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선두 타자 문보경을 삼진으로 잡은 직후 김현수와 오지환에게 연속 2루타를 내줬다.

이어진 1사 2, 3루 상황에서 박동원을 고의로 출루시키며 만루 작전을 시도했으나, 천성호에겐 시속 152km 직구를 던지다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 한 방에 경기는 LG 트윈스의 극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8월 들어 김서현은 3경기 1⅔이닝 6피안타 4사사구 6실점, 평균자책점 32.40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마운드의 무게감을 제대로 견디지 못했다. 이날 32구를 소화한 김서현의 이후 등판 일정을 두고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의 불펜은 최근 마무리 불안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8월 한화는 1승 3패를 기록했고, 3패 모두 8회 이후 역전패였다. 유일한 승리 역시 9회 위기로 점철된 경기에서 간신히 5-4 승리를 챙겼을 만큼 불펜의 흔들림이 계속되고 있다.
하반기 성적을 들여다봐도 한화는 8승 1무 8패로 주춤했다. 반면 LG 트윈스는 16승 3패의 상승세를 이어가 단독 1위에 올라섰고, 한화와의 승차는 2경기로 벌어졌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김서현이 올해 처음 마무리를 맡았는데 선수 부담을 더 주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며 선수 보호 의지를 드러냈으나, 결과적으로 김서현의 뒷문 단속 실패가 뼈아팠다.
현재 한화는 3위 롯데 자이언츠에 4경기 앞서 있지만, 주말 LG와의 3연전 및 다음 주 롯데와의 홈 3연전 등 연이은 순위 쟁탈전에 나선다. LG와의 2연전 결과에 따라 롯데와의 승차는 더욱 좁혀질 수 있어 한화로선 위기 관리가 절실해졌다.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를 선두로 마친 한화 이글스는 8월 위기 앞에 다시 한번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흔들리는 마운드, 쌓여가는 팬들의 염원, 그 사이에서 김서현과 한화가 맞이할 다음 무대가 주목된다. 한화의 다음 경기는 8월 9일, 마운드에 다시 한 번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