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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뜻과 달라”…정청래·김병기, 특검법 협상 책임 놓고 정면 충돌
정치

“지도부 뜻과 달라”…정청래·김병기, 특검법 협상 책임 놓고 정면 충돌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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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책임 소재를 두고 이례적인 갈등을 드러냈다. 특검법 개정안을 국민의힘과 잠정 합의한 뒤 당내 강경파 반발로 합의가 번복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통상적인 ‘투톱’ 체제 내 이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논란의 발단은 11일 오전 정청래 대표의 공개 발언이었다. 김병기 원내대표가 특검법 수정안 관련 협상에 대해 지지층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던 가운데, 정 대표는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라며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영향권 내 강경파 의원들 역시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합의를 한 경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기 원내대표 측은 “(정 대표 등 지도부와) 협의가 있었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문금주 원내대변인도 “협의 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들은 것으로 안다”고 밝혀, 현장 판단은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소통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몰랐다. 정부조직법과 내란 진실 규명을 맞바꾸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김 원내대표는 더욱 곤궁한 처지에 놓였다. 친명계인 김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처리를 조건으로 특검법 협상안에 잠정 합의했을 때, 대통령의 협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이 있었지만, 오히려 대통령 언급은 당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자신이 ‘단독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했다. 당 지도부, 해당 상임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밝히며, 자신에게만 협상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정 대표를 사실상 비판했다. 정 대표와 마주친 자리에서 “정청래가 사과하라고 하라”며 감정이 격화된 반응까지 보였다.

 

반대로 정청래 대표 측은 “원내대표가 구체적 내용까지 다 공유하진 않는다”며 특검법 개정안 핵심 쟁점인 수사기한 연장 누락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원 일각에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사퇴까지 촉구하며 시위 움직임까지 보였고, 이에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부덕의 소치로 사과드린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사과하지는 않았다.

 

의총장에 먼저 도착한 김 원내대표를 정 대표가 감싸 안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는 등 표면상 봉합을 시도하는 분위기였으나, 김 원내대표는 의총 자리에서 자신의 협상 과정 설명과 함께, 무분별한 비난 자제를 일종의 신상발언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별도로 선출되는 ‘투톱 체제’이지만, 정 대표가 원내 영역에 월권했다는 논란이 새삼 부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도 김 원내대표가 국민의힘과 합의한 윤리특위 동수 구성안을 정 대표가 다시 번복한 바 있고, 교섭단체 대표연설 순서를 둘러싼 신경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은 이 같은 교섭단체 연설 법을 놓고 내부 합의가 원만히 이뤄졌음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대표 비서실장인 한민수 의원도 갈등설을 일축했다.

 

이날 국회는 특검법 처리를 둘러싼 주도권 공방과 당내 지도부 간 이견 노출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은 특검법 등 쟁점 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에 더해, 민주당 내부 리더십 갈등이 장기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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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김병기#특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