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에 경찰 투입되면 협조하라”…이상민 전 장관의 ‘계엄일 24시’ 지시 정국 파장
비상계엄 선포 직후 언론 장악 시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당일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언론사 경찰 진입에 협조하라 주문했다는 증언이 재판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류경진)는 1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장관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허석곤 전 소방청장은 “12월 3일 밤 11시 37분경 이 전 장관이 언론사들에 경찰 투입이 있을 예정이니 협조해 조치하라고 전화로 지시했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허 전 청장은 “해당 통화에서 이상민 전 장관이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언론사를 빠르게 언급했다”며 “‘24시에 경찰이 그곳에 투입된다’, ‘연락이 가면 협력해서 조치하라’는 말을 전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특히 허 전 청장은 “성을 공격할 때 물과 쌀을 끊는 것처럼 언론사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떠올렸다”고 증언하며 당시 심정을 공개했다.
이어 “단전·단수는 소방청 관할이 아니다. 30년 만에 처음 듣는 요구였다”며 “당시 이영팔 차장에게도 ‘단전 단수가 소방청 의무인가’라고 물었으나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청에 단전·단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 있어 신중한 대응이 논의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증인으로 나온 이영팔 전 소방청 차장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임을 들어 형사처벌 우려로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공판은 계엄령 선포와 언론 통제 논란의 진실이 법정에서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24일에는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어 재판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증인 채택 여부 결정도 예고해 책임 소재에 대한 법적 판단에 정치권 이목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