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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여파에 美 중고차 재고 역대급 감소”…딜러·소비자 ‘가격 부담’ 확산→시장 긴장 고조
국제

“트럼프 관세 여파에 美 중고차 재고 역대급 감소”…딜러·소비자 ‘가격 부담’ 확산→시장 긴장 고조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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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넉넉하게 진열된 금속의 향연이었던 미국의 중고차 딜러숍에는 초여름이 오기 무섭게 텅 빈 주차장의 고요함만이 흐르고 있다. 창문 너머로 바라본 쇼룸은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소비자들의 표정과 함께, 미국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한 내일을 선명하게 비춘다.

 

미국 중고차 재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콕스 오토모티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5월 기준 딜러 매장의 중고차 재고는 불과 43일분에 머물러, 통상 4월 중순 이후 늘어나는 과거의 흐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그 여운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미국인의 일상과 소비 패턴, 삶의 구조를 조용히 흔들고 있다.

美 중고차 재고 팬데믹 후 최저…트럼프發 관세에 가격 2만9천 달러 육박
美 중고차 재고 팬데믹 후 최저…트럼프發 관세에 가격 2만9천 달러 육박

가격은 고요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2만9천 달러에 손끝을 닿게 했다. 대표적인 중고차 베스트셀러 50종의 평균 가격도 최근 두 달 동안 오름세를 멈추지 않았다. 신차 공급이 적체되고, 전반적인 자동차 산업 공급망의 혼란이 중고차 구매로 수요를 옮겨오며, 소비자들은 한층 어려워진 선택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다.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깊게 배어 있다. 지난 4월 3일, 25퍼센트에 이르는 외국산 자동차 관세가 전격적으로 도입되었고, 이어 5월 3일부터는 엔진 등 주요 부품까지 같음 관세가 적용됐다. 다만, 내년 4월 30일까지 미국 내 조립차의 일부 부품(가격의 15퍼센트)에는 한시적으로 관세 면제 조치가 동반됐다. 그러나 이는 전체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포드는 멕시코산 차량 3종의 가격을 올렸으며, 스바루 역시 신차 값을 공식 상향했다. 북미 전체의 자동차 생산량 또한 시티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4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8퍼센트 감소했다. 앤아버의 디트로이트 딜러 매장 영업관리자 글렌 고트프리드가 “상태 좋은 중고차가 가장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할 정도로, 현장의 변화는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신차 가격 인상과 공급난이 맞물리며, 중고차 시장은 근래 들어 경험하지 못한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에 직면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정책이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산차 시장에도 파고를 일으키며, 재고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다.

 

중고차 시장을 감싸는 불안은 단순히 미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적 교역의 미묘한 균형이 흔들릴 때, 국내를 포함한 세계 자동차 산업의 향방 역시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관세 정책의 추가 변화와 신차 공급 흐름이 중고차 시장에 어떤 새 그림을 그릴지, 시장은 조심스러운 긴장으로 다음 장면을 기다리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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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고차#트럼프관세#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