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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 완전 제거 아이폰 추진설…애플, OLED 혁신 승부수 주목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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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을 완전히 없앤 이른바 테두리 제로 아이폰이 내년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글로벌 IT 업계를 달구고 있다. 아이폰 출시 20주년을 앞둔 애플이 디스플레이 전면을 화면으로 채운 100 퍼센트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준비 중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혁신에 다시 한 번 불이 붙는 모양새다. 특히 인공지능 전략 부진과 경영진 교체로 애플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극단적 베젤 최소화를 향한 디스플레이 공정 혁신이 애플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애플인사이더 등 해외 IT 전문 매체들은 국내 IT 팁스터 란즈크의 분석을 인용해 애플이 세계 최초 100 퍼센트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란즈크는 지난달 22일 블로그를 통해 애플이 내년에 네 모서리 모두가 휘어진 4엣지 벤딩 OLED 패널을 적용한 일체형 베젤리스 아이폰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페이스 ID를 포함한 전면 카메라와 다양한 센서가 디스플레이 아래에 완전히 내장되는 언더디스플레이 구조를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4엣지 벤딩 OLED는 디스플레이 유기 발광층을 네 방향으로 모두 곡면 처리해, 사용자가 보는 정면 기준으로 테두리가 거의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공정 기술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페이스 ID와 카메라를 화면 아래로 숨기는 언더패널 카메라 방식이 더해지면, 물리적인 노치나 펀치홀 없이 화면 전체가 콘텐츠로 채워지는 형태에 근접한다. 업계에서는 베젤 두께를 1 밀리미터 안팎 수준까지 줄이고 카메라가 배치된 영역의 화질 저하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 난제로 꼽힌다.

 

베젤리스 아이폰에 대한 소문은 수년 전부터 이어졌지만, 실제 양산 일정은 기술 난이도 탓에 계속 미뤄져 온 것으로 전해진다. 2년 전 국내에서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베젤이 사실상 보이지 않는 수준의 아이폰용 OLED 개발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 업계에서는 박막봉지 공정을 더 얇게 만들면서도 수분과 산소 차단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문제, 언더패널 카메라 영역의 경계가 육안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는 화소 배열 기술 등 여러 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게 베젤 최소화는 이미 공통된 숙제로 자리 잡았다. 중국 샤오미는 4년 전 이른바 4면 벤딩 콘셉트 제품을 선보이며 화면이 옆면까지 휘어지는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제품에서는 측면 전체가 디스플레이로 처리되진 못했고, 구조적 내구성과 오작동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중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삼성전자도 폴더블 제품군을 중심으로 베젤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 Z 폴드7의 베젤 두께는 1.25 밀리미터 수준으로, 전작 폴드6의 1.9 밀리미터에서 추가로 줄어든 수치다.

 

애플이 준비 중인 것으로 거론되는 베젤리스 아이폰은 단순한 디자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부품과 공정 전반의 혁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더 얇은 박막봉지와 정교한 언더패널 카메라 공정, 강화유리와 메탈 프레임의 결합 방식 변경까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패널 업체와 모듈 업체, 소재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투자와 기술 업그레이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완성도 높은 설계에 성공할 경우, 고가 플래그십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유지하려는 애플의 하드웨어 차별화 수단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최근 애플을 둘러싼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에서 상대적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가운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쪽에서 뚜렷한 AI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주요 경영진 교체와 인력 재편이 맞물리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아이폰 20주년을 상징하는 베젤리스 모델이 출시될 경우, 하드웨어 측면에서 시선을 돌리게 만들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만 지금까지는 팁스터와 업계 소문이 중심일 뿐, 애플이 베젤리스 아이폰 개발 여부나 출시 일정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은 적은 없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려면 패널 수율과 내구성 검증, 생산 단가, 수리 편의성 등 여러 상용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은 완전한 베젤 제거 수준의 제품이 단기간에 대량 양산 단계까지 도달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인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외형 혁신만으로 수요를 자극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카메라, 배터리, AI 기능 등 사용자가 체감하는 실질 경험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극단적 베젤 축소가 상징적 의미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설계 한계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 구도를 가르는 척도가 될 개연성도 있다. 산업계는 애플의 움직임이 실제 제품으로 이어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디스플레이 공급망 구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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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아이폰#베젤리스아이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