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국과 불투명 거래 정황”…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트럼프 일가 연루 의혹에 파장
현지 시각 9월 20일, 미국(USA) 워싱턴 D.C. 소재 감시단체 어카운터블(Accountable.us)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 북한(DPRK), 이란(Iran), 러시아(Russia) 등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와 연관된 인물에게 자체 암호화폐를 판매했다고 밝히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의혹은 트럼프(Tump) 전 대통령 일가와 이 회사의 유착 정황까지 불거지며, 미국 내 정치권과 규제 당국에 큰 파장을 던지고 있다.
보고서 ‘American Sell-Out’에 따르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일에 암호화폐 ‘WLFI’ 토큰 60만 개를 슈라이더.eth로 알려진 계좌에 매각했다. 이 계좌는 과거 유니스왑(Uniswap)에서 불법 의심 거래로 차단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이란의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노비텍스(Nobitex)에 WLFI 토큰 3,500개가 전달됐고,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제재 회피 네트워크와 연계된 투자자들에게도 토큰이 유통된 정황이 확인됐다.

특히 2025년 2월 2일 이후, ‘0x9009’로 불리는 사용자가 러시아 루블(RUB) 기반 제재 회피 토큰 A7A5와 연관된 지갑을 활용해 WLFI 토큰 1만 개 이상을 확보했다는 점이 보고서에서 부각됐다. 이 A7A5 토큰의 개발자는 8월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 제재를 받은 인물로 파악됐다. 아울러 WLFI 토큰은 62명의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이용자에게도 판매됐다. 토네이도 캐시는 2022년 바이든(Biden) 행정부에서 제재 대상에 등재됐다가 2025년 3월 트럼프 행정부에서 제재가 해제된 바 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측은 9월 초가 돼서야 문제 지갑 272개를 차단하고 고위험 노출 계정 5개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으나, 감시단체는 이 조치가 크게 지연됐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거래 의혹은 가상자산 산업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 안보와 금융시장 투명성 문제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와 연관된 기업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을 지적한 감시단체의 이번 발표에 대해 진보 진영은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 지지자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측은 “정치적 목적으로 과장된 보고서”라며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등 규제 당국은 추가 조사를 예고했으며, 시장 관계자들 역시 WLFI 토큰과 회사 신용도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등 미국 주요 매체는 “관계사 실명 공개를 비롯해, 암호화폐 산업이 국가 제재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BBC 등 외신도 “규제 미비와 정치적 유착이 얽힌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미국 대외정책의 시험대이자,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통제력 재평가 계기로 보고 있다. 향후 관련 법규가 크게 강화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도 단순히 가격 등락뿐 아니라 법적·규제 리스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의혹이 향후 국제 금융질서와 가상자산 업계에 어떤 지각변동을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