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직 장관 잇단 비공개 조사”…이명현 해병특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 고삐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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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외압 및 은폐 의혹 수사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현직 장관들을 잇달아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며 정치권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특검팀은 9월 30일 새벽,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5시간가량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 30분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안 장관은 취재진과 접촉 없이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특검은 이날부터 수사 기간 연장에 돌입하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안 장관과 임 전 사단장 간 14분간의 통화 내용이 쟁점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안규백 장관은 2023년 7월 채 상병 사망 당시 국회 국방위원이었으며, 사건 이첩일인 8월 2일 임성근 전 사단장과 긴 시간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민영 특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민감한 시점에 이뤄진 긴 통화이며, 8월 2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사건과 관련한 대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오랜 기간 국방위 중심의 의정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다.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도 지난 27일 비공개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 장관은 2023년 7월 임명 전 인권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및 진정 기각 결정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군인권소위 회의에는 원 장관과 함께 한석훈 위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특검 조사에서 확인됐다.

 

특검은 동시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임성근 전 1사단장 구명 로비 정황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10월 1일에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인사비서관을 지낸 이원모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이종섭 전 장관의 인사 검증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구명로비 의혹 참고인 신문에 불응한 김장환 목사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10월 2일 법원에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며 실질적 진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증인 출석 필요성을 법적으로 보강하겠다는 전략에 해당한다.

 

야권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여권은 수사 진행 과정에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양측 대립이 점차 정면 충돌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특검팀 수사가 핵심 인물 소환을 거듭하는 중대 국면에 접어들면서, 향후 수사 결과가 정국의 흐름과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셈법에도 적잖은 파급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치권과 특검은 수사 대상 확대와 추가 소환을 예고한 만큼, 국회와 정부 내 관련 논란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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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특검팀#안규백장관#이원모전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