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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요코하마 본사 1조 원 매각 검토”…구조조정 폭풍 속 재무 쇄신→일본 제조업 위기 신호탄
국제

“닛산, 요코하마 본사 1조 원 매각 검토”…구조조정 폭풍 속 재무 쇄신→일본 제조업 위기 신호탄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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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요코하마의 수평선 너머, 거대한 유리벽이 은은하게 붉게 물든다. 닛산자동차의 본사, 이 건물은 오랜 세월 일본 제조업의 자부심과 글로벌 산업의 굳건한 성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제 이 둔중한 구조의 건물마저 변화의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닛산은 1조 원가량에 달하는 요코하마 본사 건물의 매각 검토에 나섰다. 불안정한 경영 실적, 그리고 그에 연동된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의 쓰라린 현실 때문이다. 최근 2024년도 6조4천억 원에 달하는 역대 세 번째 적자를 기록한 닛산은, 2025년부터 본사 매각 대금을 재무 개선과 인력 감축의 재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본사 건물은 매각된 후에도 임대 형식으로 그대로 사용하는 방침이다.  

‘닛산’ 본사 1조 원 매각 추진…구조조정 비용 마련 차원
‘닛산’ 본사 1조 원 매각 추진…구조조정 비용 마련 차원

닛산은 2027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장 17개 중 10개만을 남기고 모두 정리할 계획을 밝혔다. 약 2만 명 규모에 달하는 인원 감축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의 옷파마와 히라쓰카시 쇼난 공장 등 일본 내 주요 생산거점 폐쇄까지 병행한다. 도치기현 공장 부지 일부매각도 병행 추진되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의 허브 일본조차 구조조정의 한가운데에 섰음을 드러낸다.  

 

닛산의 결정은 일본 제조업, 나아가 아시아 자동차 산업의 긴장 수위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전동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중국 시장 의존 심화로 인한 고유 유연성 상실, 그리고 장기 경기 침체의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통의 산업군의 균열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셈이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닛산 단독의 위기”를 넘어, 제조업의 위기 전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제사회는 닛산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놓는다. 일부에서는 경영 효율화와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한 강도 높은 처방이라 평가하지만,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이번 사태를 일본 제조업의 급격한 지형 변화로 받아들이며, 글로벌 경쟁 구도의 향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닛산의 익숙했던 풍경은 껍데기만 남고, 진정한 변화의 소용돌이가 그 안에 일렁인다. 경제와 경영, 노동과 지역, 그리고 사회 전체에 드리운 쇄신의 파도가 아직 어디까지 미칠지, 일본의 밤은 오늘 더 길고 깊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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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요코하마본사#구조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