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시 9년째 외면”…시민단체, 국회 상대 국민투표법 부작위 헌법소원
국민투표법 개정 지연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국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민주도 헌법 개정 전국 네트워크(시민개헌넷)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재외국민과 청소년이 청구인으로 참여해, 현행법 개정 미이행에 따른 권리 침해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민개헌넷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주요 시민단체 연합체다. 이 단체는 "헌법재판소가 2014년, 국민투표법이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이듬해 말까지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회는 9년이 넘도록 법 개정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 시민개헌넷은 "개헌을 위해선 국민투표가 반드시 필요한데, 위헌적인 국민투표법이 먼저 손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공직선거법상 대선과 총선의 선거권 연령이 18세 이상으로 확대된 만큼, 국민투표법 개정 시에도 이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치권을 향한 책임론도 고조되고 있다. 국회 내 다수 의원들이 개정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정당 간 이해득실 계산과 입법 우선순위 논란에 따라 논의가 답보상태라는 점이 지적됐다.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헌재 결정을 묵살하며 국민 기본권 보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정치권에선 “정파적 이해 조정과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며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시민개헌넷은 별도의 토론회도 개최해 국민투표법을 비롯해 ‘생명안전기본권 보장을 위한 헌법개정 과제’를 논의했다. 시민사회 내부에선 청구인의 연령·범위 확대와 재외국민 권리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투표법 개정 논의를 공식적으론 이어가고 있지만, 법안 심사는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각 당의 입장 차와 사회적 합의 부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표류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이번 헌법소원 제기를 계기로 입법 미비 논란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