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이란, NPT 탈퇴 검토 속 핵무장 문턱…국제사회 불안 증폭”→ ‘제2의 북한’ 경고 현실화 우려
국제

“이란, NPT 탈퇴 검토 속 핵무장 문턱…국제사회 불안 증폭”→ ‘제2의 북한’ 경고 현실화 우려

김태훈 기자
입력

중동의 한복판에, 짙은 여름 해가 사그라들 즈음 경계가 무너진 땅에서 긴장이 한겹씩 쌓여만 간다. 미국의 거센 공습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이란에서, 거대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산허리에 지은 나탄즈와 포르도를 거쳐 골짜기를 떠도는 불안은, 더이상 국경에 가두기 어려워졌다. 테헤란의 의회에선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대변인 에브라힘 레자에이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 중단”이라는 중대한 단어를 품고 있었다.

 

미국이 감행한 핵시설 폭격 뒤, 이란의 내부 강경론은 더 노골적이 되고 있다. 이란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가 이스탄불에 머무르며 토로한 회유 없는 분노와 좌절, “NPT는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호소가 무력처럼 번진다. 이러한 정서의 이면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 압박이라는 핍진한 현실이 놓인다. 이란 정부는 외부 위협이 줄지 않고, NPT 체제가 ‘정치적 무기’로 변질됐다며 불신을 키웠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파트와는 여전히 ‘핵무기 금지’ 명령을 품고 있지만, 현실은 고농축 우라늄의 그림자로 뒤덮이고 있다.

미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 시설 폭격 작전을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미군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 시설 폭격 작전을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보내는 시선에는 걷잡을 수 없는 염려가 담겨 있다. 핵무기를 향한 의지는 이란 내부에서 뚜렷한 명분이 되고 있으며, 이미 60%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은 원자력 강국의 문턱에 섰음을 시사한다. 미국과 이스라엘, 두 나라는 핵시설 제거를 목표로 작전을 펼쳤으나, 이란은 지하 깊숙이 새로운 농축시설을 세우며 맞설 준비에 나섰다. “누구도 우라늄 농축을 멈출 수 없다”는 이란 외교부 담화는, 감추어진 현실을 암시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에 굳게 닫힌 출입문 너머에서, 세계 안보의 시계추가 불안하게 흔들린다.

 

냉엄한 통계와 분석이 이 공간을 채운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나탄즈 남쪽의 암반 아래에서 최신 원심분리기가 가동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3개월 만에 최대 19기의 핵무기 재료가 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란 관영 언론들은 이미 중요 핵물질이 새로운 은닉처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 역시 “핵시설이 완전히 제거된다면, 이란은 북한과 같은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 모든 전개에 세계는 차분히 맞서려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가 이어지고, 국제적 비난과 압박이 겹쳐진다. 그러나 과거 북한이 2003년 NPT를 탈퇴하고, 핵실험에 이른 전례는 더욱 날 선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란은 과거와 달리 핵기술·과학·인력 모두를 쥔 채, 자기 생존의 해답을 모색하는 듯하다. 남은 것은 정치적 결단과 국제적 선택,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국 등 중동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는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란 핵문제는 중동의 지정학적 안개를 더욱 짙게 한다. 탈퇴냐 존속이냐의 시험대 위, 불안정의 새 문턱 앞에서 국제사회는 숨죽인 채 이란의 선택을 기다린다. 탄생할지 모를 ‘제2의 북한’이라는 공포는, 냉엄한 현실을 뚫고 전 세계에 메아리치고 있다.

김태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란#npt#핵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