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차관급 참석 불가피”…박윤주 1차관, 말레이서 대외정책 강조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둘러싼 외교적 셈법에 한국 외교부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외교 수장 부재 상황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장관을 대신해 내주 말레이시아 현장을 누빈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까닭에 주요국 외교장관 접견 등에서 다자외교 역량의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3일 외교부는 박윤주 1차관이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간 열리는 회의에는 한-아세안,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역내 주요 외교 체제가 총출동한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 회복력과 신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강조할 방침”이라며 “아세안과의 실질 협력 강화 방안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교수장이 참석하는 정상급 회의 성격을 감안하면, 주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요국과의 양자 회동 폭이나 무게에서는 제약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경제 협력 이슈에 대한 고위급 교섭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주 열리는 ARF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 안보 협의체여서 남북 외교 당국자 간 접촉 성사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 북한 양국은 2017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 신병 인도 문제 이후 외교 관계를 단절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도 북한 최선희 외무상 등 중량급 인사의 참석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ARF 회의에 외무상 대신 해당국 주재 대사나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파견해 왔다. 2차 북미 정상회담(2019년) 좌초 직후부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아세안 장관회의 이후 한미일 등 주요국의 외교 일정과 함께, 북한의 대응 기조·남북 관계에도 주목이 쏠려 있다.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아세안 중심의 외교 지평 확장과 한반도 안보 불안 요인 관리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