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위로 완주”…주현명, 아시아육상선수권 남자 경보 20㎞→경산시청 자존심 지켜
뙤약볕이 내리쬐던 결승선, 주현명은 고개를 들어 관중석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에서는 아쉬움보다도 투지와 자부심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경기 막판, 숨이 차오르는 순간에도 끝까지 리듬을 놓지 않는 그의 발걸음은 진심 어린 박수갈채를 이끌었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경보 20㎞ 결승은 경북 구미시 낙동강체육공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경산시청 소속 주현명은 1시간23분56초0의 기록으로 참가 선수 19명 중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임동민(삼성전자)은 9위, 1시간27분53초9로 레이스를 마무리해 대표팀의 꾸준함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선두권은 왕자오자오(중국)의 흐름에 장악됐다. 빠른 페이스를 계속 이어간 그는 중반부를 지나며 독주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쳤다. 주현명은 무리하지 않고 차분하게 엔진을 달궜고, 중후반까지 상위권 대열을 유지하며 주목받았다. 팬들의 함성은 투명한 땀이 흘러내리는 얼굴 위로 조용히, 그러나 강한 응원을 남겼다.
결국 왕자오자오가 1시간20분36초9로 골인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 기록은 한위청(중국)이 2003년 세운 아시아육상선수권 종전 기록을 2분 가까이 줄인 대회 신기록이다. 요시가와 겐토(일본)는 1시간20분44초9로 2위, 세바스티얀 세르빈(인도)은 1시간21분13초6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치열함 속에도 동료를 향한 박수와 눈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현명은 “최선을 다해 한국 경보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에는 podium에 오를 수 있도록 더욱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현장에 모인 팬들도 그의 뒷모습에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대표팀 역시 국제 경쟁력을 쌓기 위한 실전 경험의 소중함을 실감한 하루였다.
경쟁의 끝자락에서 비로소 스스로에게 건네는 성찰이 남았다. 가장 뜨거웠던 낮, 가장 조용한 각오로 맞선 이 시간은 곧 새로운 도전의 시작임을 예고한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경보 20㎞ 결승의 기록은, 다음 꿈을 향한 한 걸음으로 깊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