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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 5명에 새 생명”…생명나눔, 의료현장 변화 이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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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상태 환자의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 의료 현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경북 경주시에서 뇌내출혈로 쓰러진 뒤 뇌사 판정을 받은 박현덕(60)씨가 최근 동아대학교병원에서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여 명 환자의 기능적 장애 회복에 기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생명나눔 문화의 확산과 의료자원 활용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박현덕씨는 8월 1일 경주시 내 수영장에서 강습 도중 의식을 잃고 동국대학교 경주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아 유가족 동의 아래 심장, 폐, 간, 양측 신장 등 5개 주요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번 기증으로 5명 환자가 장기이식을 통해 생명을 이어가게 됐으며, 인체조직 기증은 100명 이상의 기능 회복에 활용될 예정이다.

장기 및 조직 기증 과정은 국가 장기이식 관리 시스템과 연계된 의료기관의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 의료진은 뇌사 판정, 기증자 상태 평가, 장기 적합성 테스트 등 과학적 기준에 따라 기증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다시 각 이식 대기 환자와 매칭한다. 첨단 의료장비와 신속한 공여자-수혜자 매칭 알고리즘 도입으로 이식 성공률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생명나눔의 파급력은 기술적 측면을 넘어 제도적·문화적 변화로 확산된다. 장기 및 조직 기증은 이식 수술의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해법이자, 고도의 맞춤형 의료 구현에도 기반이 된다. 기증자 가족의 동의가 보편화되며, 유전자·면역검사 등 의료기술 고도화에 발맞춰 국내 이식 대기 환자들의 생존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유럽 각국에서 생명나눔이 의료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장기이식 네트워크는 기증자 발굴부터 이식까지 전 단계를 디지털화해 절차 투명성과 이식 효율성 모두를 끌어올렸다. 반면 국내는 기증 희망 등록과 실제 기증 간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장기 및 조직 이식은 생명윤리, 개인정보 보호, 의료 인프라 향상 등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장기기증 과정의 공정성과 유가족 심리 지원, 이식 후 사후관리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장기·조직 기증은 의료기술 발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 가치와 직결된다”며 “향후 ICT 기반 관리체계,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과 결합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이 실제 의료현장과 사회에서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의 균형, 생명 존중 윤리의식 확산이 의료 혁신의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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