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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정호진·박미향, 서로 다른 여정 속 닮은 사랑”…생명농부와 모델 부부→한여름 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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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정호진·박미향, 서로 다른 여정 속 닮은 사랑”…생명농부와 모델 부부→한여름 꿈을 묻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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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빗방울이 반짝이는 경상북도 상주, 속리산 자락 아래 오래된 집에서 ‘인간극장’의 여름 이야기가 시작됐다. 정호진의 굵직한 손끝은 땅의 숨결을 닮았고, 박미향의 당당한 눈빛 속에는 나이를 거스르는 꿈이 자란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농원의 일상에는 생명의 순환과 함께, 부부만의 따스한 여름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정호진은 의심 없이 삽을 들고 풀을 아껴가며 자연을 돌본다. 흔히들 쉽지 않다고 여기는 생명농업의 길을, 그는 제 손으로 밭을 일구며 묵묵하게 걸어간다. 비닐을 거부하고 풀을 덮는 고집은 그의 일상이기를, 방문한 젊은 실습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과 나누는 생명과 토양, 삶에 관한 대화는 깊고 단단하다. 농부로서의 자부심, 그리고 교육자의 소명은 “풀도, 사람도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풀·런웨이의 여름”…‘인간극장’ 정호진·박미향, 생명농부와 모델 부부→함께 빚은 삶의 빛 / KBS
“풀·런웨이의 여름”…‘인간극장’ 정호진·박미향, 생명농부와 모델 부부→함께 빚은 삶의 빛 / KBS

반면 박미향은 평범하기에 더욱 특별한 꿈을 품고 서울로 향한다. 모델로 도전하는 중년의 자신을 위해 다시 학생이 된 그는, 고단한 통학과 잠 못 이루는 밤도 사랑으로 견딘다. 패션쇼 무대에 설 때마다 그는 박미향이라는 이름으로,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선다. 남편 정호진의 믿음과 고운 시선은 박미향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됐다.

 

스무해 넘도록 손을 놓지 않은 부부는 NGO 활동으로 인도와 아프리카를 누볐고, 가족이라는 울림으로 일상을 함께 쌓아 왔다. 자녀들이 모이면 시골집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손녀 예은, 다은이네가 들면 밭에도 생기가 돌고, 박미향은 “해맑으니까요”라는 짧은 답으로 남편을 향한 존경을 고백한다. 함께 밥을 먹고 장난을 건네는 부부의 모습에서는 세월을 딛고 서는 인생의 품격이 묻어난다.

 

정호진은 교회에서 환경주일 특별 설교자로 나서 설득력 있는 목소리, 한복의 단정함으로 신자들을 사로잡았다. 손이 많이 가는 시골집 살림살이에도 그는 기와 하나하나를 손수 손질하며 일상과 공간 모두에 소중함을 더한다. 자신의 옷에 청테이프를 붙여 다시 입는 수고로움, 그리고 삶을 놓치지 않는 다짐은 세월의 무게를 사랑으로 승화한 완성이다.

 

볕드는 대문 위에 나란히 올라간 부부의 이름처럼, 정호진과 박미향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러나 언제나 하나의 방향으로 삶을 가꾼다. 풀 한 포기에서 시작된 농부의 길과 런웨이 위에서 빛나는 모델의 열정은 오늘도 서로를 북돋으며 새로운 계절을 예비한다. 흐르는 계절만큼 성숙해진 사랑과 존중, 함께 쌓아온 작지만 단단한 시간들이 속리산 아래를 물들인다.

 

생명을 품으며 살아가는 농부와 꿈을 위해 다시 시작한 모델의 이야기를 담은 ‘인간극장’은, 한여름 부부의 일상 너머 곁에서 빛나주는 인생의 의미를 섬세하게 되새긴다. ‘인간극장’ 정호진, 박미향 부부의 진솔한 여정은 7월 17일 수요일 오전 7시 50분 KBS1을 통해 시청자를 찾아간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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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진#박미향#인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