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 전주의 밤을 적신다”…삼합·파전부터 EDM까지 세대 뛰어넘는 축제의 장
요즘은 막걸리 한 잔에 지역의 온기를 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때 어른들만의 자리로 여겨졌던 막걸리와 전통 음식이,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전주의 일상이 됐다.
전주비전대학교의 대운동장은 10월 말,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손길과 파전, 육전, 삼합을 곁들이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축제장 곳곳에선 막걸리를 사진으로 남기는 SNS 인증이 이어지고, 지역 주민과 관광객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 잔의 풍미를 음미했다. “내 인생 첫 막걸리 칵테일까지 경험했다”는 학생도, “삼합에 막걸리 조합이 이토록 어울릴 줄 몰랐다”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축제의 흥을 나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열린 전주막걸리축제 현장에는 다양한 맛의 막걸리, 과일 막걸리, 막걸리 칵테일 등 수십 종의 막걸리 음용 문화가 세대를 넘나들며 확장됐다. 체험 부스에서는 모주 만들기, 병뚜껑 컬링, 막걸리병 볼링 같은 게임에 청년과 중년, 아이들까지 함께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트렌드 분석가는 “이제 막걸리는 옛 추억을 넘어 소셜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며 “전통주도 현대적으로 즐기는 감각을 통해 새로운 문화로 거듭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주전통술박물관 연계 전시, 참신한 막걸리 칵테일, 디저트 판매 등도 “술 마시는 축제를 넘어 미각과 놀이, 문화의 융합”이라는 해석을 더한다.
현장 반응도 뜨겁다. “막걸림픽 게임 덕에 가족이 한 팀이 됐다”는 목소리, “파전 앞에서 모르는 이와 금세 친구가 됐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밤이 깊을수록 지역 예술인의 국악 공연에 이어지는 EDM 무대는 축제의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가수 김현정과 싸이버거 무대에는 어깨춤을 추는 10대도, 손뼉 치는 60대도, 모두가 함께 어우러졌다.
이 변화의 중심엔 막걸리 한 잔의 느긋함과 서로 섞인 전주의 시간이 있다. 전주막걸리축제는 전통주와 음식을 잇는 잔치면서, 세대를 묶고 낯선 이들을 친구로 만드는 기호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한 모금, 그따스한 흥겨움 덕분에 우리 삶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