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전해진 433년의 용기”…동래읍성역사축제에서 울린 과거와 미래의 공명
요즘엔 축제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단순한 볼거리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와 체험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부산 동래구의 대표 가을 행사 ‘동래읍성역사축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건 바로, 세월을 건너온 기억과 살아 있는 전통의 숨결이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굵은 줄을 손에 쥐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로 얽히는 동래세가닥줄다리기다. 어른, 아이, 청소년이 함께 땀을 흘릴 때마다, 서로의 체온과 웃음이 과거의 동래성과 자연스레 맞닿는다. 해질녘 붉어진 돌담길을 걷다 보면, 1592년 임진왜란의 숨결이 살아 있는 듯 실감 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축제는 올해 31회를 맞아 51개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돌아온다.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동래성전투극은 현장감과 몰입도를 높이고, 동래부사행차 길놀이, 야외 방탈출, 몰입형 영상체험관 등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콘텐츠가 곳곳에 펼쳐진다. 1592년 동래의 관문 체험, 동래장터 재현, 송상현 부사 갑옷체험, 장영실 과학체험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은 아이들은 물론 가족 모두에게 신선한 기억을 남긴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이라 부른다. 축제기획 관계자는 “직접 보고, 만지고, 뛰노는 경험이 세대 간 공감대를 만든다”고 전했다. 다양한 민속 공연, 한복 패션쇼, 오페라 무대에선 ‘관객의 일상’이 조선시대의 길목으로 가볍게 연결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현장에서 줄을 당겼을 때 조상들의 용기가 나눠지는 기분”, “아이와 함께 조선 옷을 입고 걷는 순간, 시간 여행자가 된 듯했다”는 감상이 이어졌다. 명륜1번가 나이트페스티벌과 먹거리 장터, 밤을 밝히는 소망등 코너까지, 축제의 열기는 점점 길어진다.
이제 동래읍성역사축제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도 오래된 가치와 연결되는 길, 사람과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들이 모여, 일상과 공동체를 잇는 새로운 계절을 만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